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
이덕일 / 석필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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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글은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읽는 이로 하여금 역사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또한 역사의 현장이 지금 현재로 착각하게 만들곤 한다. 우리는 흔히 조선을 당쟁의 역사라 일컫기도 한다. 일제시대 일본의 학자들은 이러한 당쟁을 이용하여 식민사관을 퍼뜨리기도 하였다. 책은 당쟁이 본격화된 선조때부터 세도정치가 도래하기 이전 당쟁을 막아보려는 최후의 왕이었던 정조 시기까지를 사건 중심으로 이끌어간다.

당쟁을 우린 분열의 역사로만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송나라 때 왕안석의 신법당과 사마광의 구법당에서 유래되었듯이 이념과 주의에 의해 나타난 근대 정당의 모태라 할 수 있다. 영국의 토리당, 휘그당보다도 훨씬 이른 시기에 우리는 정당을 소유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예송논쟁을 겪으며 죽고 죽이는 싸움의 연속으로 망국으로 가는데 일조한 면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일본의 일부 사학자들의 몰지각한 언변들, 조선은 당파로 망한 나라이며, 조선인의 피엔 당파성이 흐른다는 말은 무시하자. 왜냐구...일본의 역사는 칼의 역사이다. 이념, 주의의 역사가 아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다른 생각을 가진 이가 있다면 칼로 치면 그만인 것이다. 세계 경제 대국이면서도 정치에 있어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이유도 그들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그러니 제발 조센진은 안돼, 엽전들은 안돼하는 무식한 말을 쓰는 한국인이 없었으면 좋겠다.

작가는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에선 서인의 대두 송시열을 적나라하게 비판했었는데 이책에서는 비교적 온화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재밌는 역사책을 원한다면, 그러면서도 무엇인가를 깨닫고 싶다면 이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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