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 세사르 바예호 시선집
세사르 바예호 지음, 고혜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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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시인이라면 파블로 네루다를 먼저 떠올리는 나는 사실 중남미 문학 문외한입니다.
체 게바라를 사랑해 그의 자취를 따라 다니지만 그의 얼굴이 프린팅 된 티셔츠를 의미없이 입고 다니는 아이들과 별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집을 좋아하는 저이기에 체 게바라의 녹색노트에 가장 많이 필사된 세사르 바예호의 시를 알려고하는 노력은 어쩜 당연한 것이죠.
처음 세사르 바예호의 시를 접했을땐 충격이였습니다. 사실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좋아하던 저에게 세사르 바예호의 시는 너무 어둡고 또 우울하며 삶의 강렬한 비극을 보여주는거 같아 시를 읽는 동안 저도 그 감정에 전이돼 한동안 빠져 나오기가 힘들었습니다.
세사르 바예호는 1892년 페루의 광산촌 산티아고 데 추코에서 인디오와 메스티소의 혼혈로 태어났습니다.
11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죽음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죽음에 대해 생각했던거 같습니다.
그의 작품중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건 아마 그 영향인듯 보입니다. 세사르 바예호는 삶이 아름다웠다기보다 살아있는 동안은 힘든 삶을 살았다고 밖에 말할수 없는데요. 방화범으로 오인되어 체포되고 3개월의 감옥살이를 하고 이듬해 파리로 이주했으나 소련을 방문하고 공산주의 신문에 기고한 것이 문제가 되어 1930년 추방 스페인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다시 파리로 돌아오게 되지만은 경제적 고통과 병마에 시달리며 작품활동을 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스페인 내전이 발생하여 그는 직간접적으로 스페인 내전에 관여하다 1938년 건강이 악화 되어 파리에서 사망했습니다.

그는 '인간은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노동의 결과로 서서히 만들어진 것이 인간'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이 진정 하나의 동물이기는 하나, 고개를 돌릴 때 그의 슬픔이 내 뇌리에 박힌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에 '어쩌겠는가?그저 감동, 감동에 겨울 뿐•••'
그래 맞습니다. 어쩌겠느냐. 사는게 그냥 어쩌겠냐는거 아니겠습니까?

책머리에 쓴 번역자의 말 가운데 '문학, 그중에서도 시를 번역한다는 것은 골치 아픈 일이다'라는 말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바예호 자신도 '시는 번역이 되면서 시 본연의 절대적 고결함을 잃으며, 따라서 시란 원어로 읽어야 한다' 라고 했다고 하는데 저는 이 시집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을 읽으며 정말 스페인어를 더 나아가 그의 시어에 중심으로 사용했던 안데스 스폐인어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의 말을 받아들이고 그의 시어를 음미하고 싶은 욕심이 마구 생깁니다.
그만큼 그의 시어는 난해하지만 매력적입니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삶에 대한 자세가 남달랐던 20세기 대표 페루 시인 세사르 바예호를 만나 삶이 팍팍한 요즘 제대로 위로 받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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