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는 생각이지만 종교 문학의 조건은 까다롭다. 충족시켜야 할 조건이 많다기 보다는 얼마 안되는 조건이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종교적 난제 중에서도 가장 첨예하고 고통스러운 문제, 신정론을 걸고 넘어진다. 고통받는 세계에 대한 신의 침묵이라는 문제는 인생에 대해 물으면 물을수록 점점 더 명료하게 드러나는 주제이다. 피해가기 어렵고, 어려울수록 풀기도 어렵고, 어려울 수록 고통스럽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주제이다. 꽤나 감상적인 방식으로 어려운 주제에 접근한 <빙점>과고 다르고 이 주제에 대해 차근차근 파고 들어간 C.S.루이스의 이지적인 설득력과도 다르다. <침묵>의 세계는 건조하고 숨막히고 처절하다. 인간과, 신일지도 모르는 운명에 대한 가장 심오한 성찰인- 고대 비극의 세계와 닮아 있다. 보기드문 진짜 '종교' 문학이라고 또 한번 판정?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