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읽다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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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유행이 있지 않은가.

유행의 한가운데에 책 좀 읽는다는 사람이 자신이 읽은 책 얘기를 쓴 것들이 있었더랬지.

물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추세이고.


일단 소나기 오면 피하는 나는 유행과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한발짝 물러났고,

그리하여 최초로 서평집이라 부를 수 있는 책 얘기를 읽게 되었다.

쓰고 읽다.


작가 고종석의 문장이 좋다는 소문을 들었다.

내가 읽는 책을 모조리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펼치다보니 가장 큰 어려움은 문장과 어휘.

내가 이제 와서 글쓰기를 공부할 것은 아니지만 어려움을 극복해야겠다던 찰라 들었던 소문과  함께 등장한 그의 책.

그래서 작가 고종석이 무엇을 읽었나보다 그가 어떤 문장을 구사하는가가 더 궁금했더랬다.

제목도 '읽고 쓰다'가 아니라 "쓰고 읽다"니 그가 쓰는 것을 잘 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며 억측도 해보고. ㅋㅋㅋ


즐겁게 읽었다.

등장하는 책 중 상당수가 처음 들어본 것이었고,

작가 본인도 읽기 쉽지 않을 거라 얘기하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전하는 이야기는 눈에 쏙쏙 들어왔다.

반말로 내뱉는 구어체 문장이 상당히 자연스럽고 말투도 젊다. (실제 그분 나이는....... ^^;;)

"좋다, 나쁘다, 재미나다, 신난다" 같은 형용사를 빼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전달할 땐 전율이 느껴질 정도.

나의 허접한 독후기록이 자꾸 떠올라 몹시 부끄러웠다. ㅎㅎㅎㅎ


'쓰고 읽다'는 크게 둘로 구성되어 있다.

앞쪽은 책을 읽은 후의 기록, 뒤는 실존인물에게 보내는 고종석의 편지.

감정을 섞지 않은 무미건조한 글을 좋아하는 나는 편지보다 책 얘기가 훨씬 좋았다.

함께 책을 읽은 이는 어려운 책 이야기보다 편지가 가슴 뭉클했다고 하니 둘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듯.


인문학 서적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

전달하는 내용보다 전달하는 방법이 더 맘에 들었던 "쓰고 읽다".

생각은 깊게, 표현은 쉽게.

나도 그리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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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엄마의 특급작전 - 배승희 변호사의 "단기" 특급 공부 노하우
배승희 지음 / 지식중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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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썼다는 건 그 방면에서 나름 이름을 알리고 있고 남다른 경험과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저자 배승희는 18개월 만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남다른 경력의 소유자.

자신이 공부했던 방법을 토대로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굉장히 현실적이다.


명문대를 목표로 해라, 우리 사회는 학연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면 사교육을 하고,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라.

선생은 명문대 출신이라는 스팩보다 아이에게 맞는 방법으로 가르치는 사람이 더 좋다.

이해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니 암기를 반드시 해야 한다. 등등.


우리네 현실을 직시하고 그 현실에 맞는 방법을 제시하니 불편함과 통쾌함이 함께 찾아온다.

사교육을 하면 엄마 치맛바람이라 여기는 건 여전한 분위기.

그러나 암암리에 모두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는가.

그것을 인정하며, 학원만 다닐 것이 아니라 나만의 공부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외치는 저자가 오히려 반갑다.


특급작전이라고 해서 대단한 특급작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수험생 엄마가 특급작전이 있어봐야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공부는 어차피 아이가 하는 것이고,

아이가 공부 안한다고 잔소리하고 윽박지르면 더 하기 싫은 건 100년 전에도 같았을테니.

수험생 엄마의 놀라운 특급작전이라기보단 소소한 깨알팁이 도움이 될 듯.

예비 수험생 엄마들이 마음을 다잡기 위해 보아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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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
바바라 오코너 지음, 이은선 옮김 / 놀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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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

우리가 말하는 소원이나 소망과는 조금 다른 의미.

위시(wish)는 막연하거나 이뤄지기 힘든 바람을 뜻한다지만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내가 어떤 노력을 하기 어려운 바람을 나타내고 있다.


소년과 소녀의 위시.

그 위시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지만 위시를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그저 소원을 비는 것 뿐.

부러진 닭뼈에 대고,

새가 세 마리 앉은 전선을 보고,

검은 말이 보이니 검은 말에게 주먹을 세 번 휘두르며,

빗속에서 새 소리가 들리니까,

찌르레기 깃털을 발견해서........... 소원을 빈다.

닥치는대로 되는대로 간절히 바라는 소녀의 위시.

하워드는 닥치는대로 소원을 비는 소녀 곁을 지킨다.

가족의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강하게 만드는지,

넘치는 사랑 속에서 자란 사람이 주변을 바꾸는 힘은 또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준다.

답답함보다는 초연함으로 다가왔던 감동의 캐릭터.


소년과 소녀의 간절한 위시가 이루어지는 기적같은 이야기다.

청소년이나 고학년 아이들이 읽기에도 무리 없지만 어른들에게 권하고프다.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아주 작은 일.

식탁에서 일어나 싱크대로 향하는 짧은 시간에 정수리에 입맞춤하는 그것.

도시락에 넣어주는 짧은 메모.

알록달록 도시락 통을 좋아하는지 무늬가 없는 도시락통을 좋아하는지 알아주는 관심.

어른이 실수했을 때,​ 내가 잘 모르니 기다려 달라고 말할 수 있는 인격적 관계.

따뜻한 이야기라고만 할 수 없다.

수많은 반성을 던져주는 고마운 이야기, 위시.

오래간만에 만난 어른을 위한 동화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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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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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 작품.

사신의 7일을 통해 뒤통수 잡고 쓰러지게 만들었던 그 양반.

아직도 결말만 생각하면 깔깔깔 배꼽잡고 쓰러지게 만드는 - 내겐 돌아이였던 작가.

그 양반이 쓴 연애소설.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나를 웃겨줄라나, 그것도 연애소설로.

연애소설이라는 말에 이사카 코타로라는 이름이 얹히니 주체할 수 없는 기대감이 솟구친다.



그러나 제목도 외워지지 않는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연애소설이 아니었다.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안에 담은 내용을 연애소설이라 부르기엔 아쉽다.

이건 연애보다 더 큰 '사랑소설', '애정소설', '만남소설' 이렇게 부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시작은 연애다.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떨어진 손수건을 주워주며 불꽃이 팍팍 튀어 시작하는 - 운명적 사랑을 기대하는 쪽에 가까운 그는 결국 그녀를 만난다.

이사카 코타로가 엮은 자잘한 장치를 따라 빠져나갈 수 없이 치밀하게 계산된 운명으로.


운명적인 이성의 만남만 사랑이냐?

나를 떠난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고 달라지려는 노력도 사랑이고,

비도덕적인 사람을 잡으러 가는 친구와 동행하는 것도 사랑이고,

학창시절 나를 괴롭혔던 친구에게 복수하지 않는 것도 사랑이고,

스치듯 만난 인연을 결정적인 순간에 큰 에너지로 전환시켜주는 것도 사랑이다.

잔잔하면서 따뜻한 인간 군상의 모든 사랑 이야기.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등장인물 모두가 얽히고 설킨 이사카 코타로만의 색깔이 그대로.

단편 모음이라 읽기도 수월하다.

단,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지나가는 행인조차 함부로 방치하면 안된다.

그는 자기 작품의 그 누구도 의미없이 지나가는 엑스트라로 남기지 않는다.


클라이막스 없이 잔잔하게, 그러나 치밀하게, 가슴에 남는 미세한 감동까지.

내가 좋아하는 스똬일, 이사카 코타로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제목은 끝내 외우지 못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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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_주의 알마 해시태그 1
박권일 외 지음 / 알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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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니 왜 "혐오_주의"라고 제목을 썼는지 이해 가능.

혐오주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라고 보긴 어렵고,

그렇다고 혐오를 주의하라고 단속하거나 주장하는 것도 아닌 "혐오"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


꽤 재미나게 읽었다.

특히 '일베'에 관한 분석은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을 정도.

촛불시위에 대한 글은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촛불시위는 언제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뚜렷한 고민이나 내 생각없이 지지하고 분노했던 부분이 있었기 때문.

여성혐오에 관한 글은 이제 이해의 수준을 넘어서는 레벨은 된 지라 수월하게 읽히고....... ㅎㅎㅎㅎㅎ

이런 식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에 관해 말한다.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지나간 사건에 대한 분석도 분석이지만 바로 얼마 전에 우리가 겪었던 이슈를 통해 '혐오'에 관해 이야기한다.

"분노"가 분노의 대상을 가까이 하려는 감정이라면 "혐오"는 대상을 멀리 하려는 감정이란 정의가 꽤 인상적.

그것과 멀리 떨어지려 하는 그 마음, 그 마음이 불러일으키는 부정적 현상, 그 현상에 달려드는 우리와 그들.

덕분에(?) 사회문제가 구조적 모순이 아닌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그런 이야기.


공동집필이다.

어느 글은 쉽게 읽히지만 어떤 글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문장 하나, 문단 하나는 깊이 공감하고 깨달음에 눈이 번쩍 떠지지만 전체적으로 뭘 전달하려는지 모르겠는 글도 있었다. 

그러나 숙제같은 느낌이지 숙제는 아니므로 전달하려는 바를  찾는 것은 안하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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