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살아보기 - 우리가 미처 몰랐던 조선생활사
반주원 지음 / 제3의공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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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를 오래 전에 공부한 나는 우리나라 역사에 관해 부정적인 시각이 더 컸다.

전태일 평전이 금서이던 시절을 살았으니 역사를 우편향된 시각에서 배웠을 뿐만 아니라 식민사관의 잔재가 곳곳에 남았던 터.

나는 옛날 사람이니 그렇다 치지만.

요즘 아이들은 왜 나와 비슷한 방향으로 역사를 보느냐 말이다. ㅡㅡ;;

나는 이런저런 공부를 하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싹 걷어졌는데 오히려 초등학생들의 역사의식에 깜짝 놀랄 지경.


초등학생에게 권하긴 어렵지만 그들과 이야기 나눌 우리 부모세대들이 꼭 보면 좋을 책.

부정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특히 조선에 대한 시각을 바꿀 수 있는 좋은 책이 바로 '조선시대 살아보기'라 하겠다.


동생을 죽이고 왕이 되는 형,

조카를 죽이고 왕이 되는 삼촌,

아들을 죽이고 왕위를 지키는 아버지,

벼슬자리 하나를 놓고 편을 가르는 붕당정치,

대의명분을 위해 백성을 사지로 모는 벼슬아치들,

백성은 모르겠고 우리 집안 잘 살고픈 세도정치,

결국엔 나라까지 팔아먹는 우리네 정치사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역사관을 심기에 그만인 일부 정치인들 이야기는 빠지고 말 그대로 일반 백성이 되어 조선시대를 살아보게 된다.


성리학 중심의 사회였지만 이혼이 허용되었고 심지어 재혼한 사위의 이름까지 호적에 올렸었더라는 것.

서빙고에 얼려두었던 얼음을 궁궐에서만 사용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

장수한 노인에게 왕이 지팡이를 선물했다는 것.

억울한 일이 있으면 꽹과리를 쳐서라도 알리면 왕이 들어줬다는 것.

한류는 이미 조선시대부터 존재했다는 것...... 등등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조선시대가 담겨 있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비굴하거나 못나게 살지 않은 우리 선조의 모습들.

전근대적이고 무지몽매한 사람들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세상을 만들었던 그들.

​불의 앞에 한 번도 무릎 꿇었던 적이 없었던 우리 조상은 몇몇 정치집단(?)이 아니라 바로 이들이었던 것이다.


시험을 위한 공부엔 도움이 되지 않을 책이다.

그러나  일반 백성의 삶을 들여다보고 자긍심을 키울 수 있으리라 여겨지는 '조선시대 살아보기'.

최근에 읽었던 역사책 중 가장 맘에 들었다.

적극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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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라는 적 - 인생의 전환점에서 버려야 할 한 가지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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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라는 적"

제목만으로 심리학 이야기일 거라고 추측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자기계발서. ㅎㅎㅎㅎㅎ


 

'에고'는 보통 '자아' 라고 해석한다.

자아존중감이 대두되며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시기에 에고를 '적'이라고 규정짓는 용감무쌍함.

그리하여 에고라는 적은 누구나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특정 무리(?)가 읽어야 하는 책이 된다.

객관적인 지표로 따질 수는 없지만 본인 스스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어려운 시련에 맞딱뜨려 좌절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근거없는 낙관론에 빠져 뭐든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

나는 대접받아 마땅하고 무슨 일이든 주어지면 잘 해낼 거라 확신하는 사람,

과정의 어려움보다는 주인공이 받는 스포트라이트에 집증하는 그런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 된다.


데일 카네기의 책처럼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본보기로 사용한다.

그런데 촛점이 조금 다르다.

열심히 살아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고 지치지 말아야 한다는 뻔한 이야기가 아니다.

높은 지위가 주어진다고 해서 넙죽 받지 말라고,

무엇보다 실행력이 중요한데 그런 능력을 갖췄는지 확인하라고,

내가 승승장구하더라도 자만하지 말라고,

사회적 위치가 올라가면 그 위치에 맞는 역할을 처음부터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철퇴를 맞은 기분이다.

나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남들 눈에는 "꼰대"로 보일 수 있었다는 생각에 부끄럽기 짝이 없다.

나를 스스로 존중한답시고 밑도 끝도 없이 치켜세운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만든다.

겸손하라가 아닌 자만하지 말아라.

내게 꼭 필요했던 이야기.


나 스스로가 너무 만족스럽고 자랑스럽다면 한 번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에고라는 적.

결국 나의 적은 나다.

 


< 덧붙임 >

- 111쪽

신이 없애버리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맨 먼저 주는 것이 자만심이라네.


- 204쪽

자기 이미지에 집착하지 않을 것,

자기보다 아래에 있거나 위에 있는 사람을 경멸하지 않을 것,

특별대우를 바라지 말 것,

분노하고 싸우거나 우쭐대거나 군림하거나 생색내거나 자기 스스로를 엄청나게 중요한 인물로 인식하지 말 것,

바로 이런 것을 추구하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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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고 말해 스토리콜렉터 52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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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다고 말해.

15살 여학생이 사라졌다.

3년 후 다시 돌아온 여학생의 이야기.


책 내용을 세세히 들추지 않아도 미안하다고 말하라는 제목과 두 줄의 책 내용만으로 모든 것을 알겠는 이야기 - 미안하다고 말해.

스릴러의 거장이라는, 믿고 본다는 마이클 로보텀 작품.


장르소설이라 불리는 책은 중간에 덜그럭거리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번역이 되었든, 책 내용이 되었든, 읽는 중간에  "어???" 라고 느끼는 순간 흐름이 끊기고 이때부터 다시 빠져들지 못해 분석하고 따지게 된다.

그래서 가독성이나 속도감이 좋은 작품에 열광하게 된다.

사건 현장에서 함께 뛰고 있는 생생함이 짜릿해서 분석하고 따지는 짓을 할 수가 없으니까. ^^;;


미안하다고 말해는 600쪽 가까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가독성과 속도감이 어마무시.

손을 놓을 수가 없다.

분명히 등장인물 중에 범인이 있을텐데, 어느 한 곳으로 몰아가지도 않는다.

비겁하게 한 쪽으로 시선을 돌린 후, 그거 아닌데!!! 라는 반전을 내놓지 않는다.

이 사람도 범인같고, 저 사람도 범인같고, 이제 범인이 잡힌 건가? 라는 순간 다시 뒤집히고.

마지막까지 감을 잡을 수가 없고, 등장인물 모두가 범인같다.

심지어 납치된 여학생의 아버지까지 범인으로 의심할 지경.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이 두 명인 것도 재미를 더한다.

납치된 여학생과 사건을 해결하는 심리학자 아저씨.

하나의 사건을 두 사람의 입장에서 경험하는데,

특히 납치된 소녀가 겪는 두려움과 공포심을 함께 경험하면서 피해자 입장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다.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 시리즈 중의 하나.

시리즈긴 하지만 앞의 내용을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다만서도.......

마지막 '총' 에 대한 부분은 앞 시리즈와 연관이 있는 모양이다.

총 쏘는 것에 대해 왜!!!! 서로 집착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음. ㅡㅡ;;

이거 하나 빼면 띠지 광고에 있는 '가장 완벽한 스릴러' 라는 말에 슬며시 동의를 표할 수 있겠다.


미안하다고 말해서 될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제목이 미안하다고 말해니까 그거면 되나부다 하면서 넘어간다.

어른들이 광화문 사거리에 세워놓고 어쩌구 저쩌구 하는 그런 벌을 내려야 마땅한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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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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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단편집.

현재 북한에서 살고 있는 작가가 반출시킨 원고란다.


무겁고 어두운 우리네 현실도 싫은데,

구태여 북녘땅의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까지 알고 싶지 않았다.

기대감 제로.

일부러 '북한' 이라는 전제조건을 떼고 읽는다.

문학 작품으로만 보자, 재미난 이야기로만 읽어내자, 이런 맘으로 읽는다.


그래서였을까?

재미나다.

한결같이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만 나오니 더 좋다.

처한 상황은 욕이 절로 나오고 분노가 치밀지만 악인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다.

체제와 제도가 그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을 따름.

그들이 순수하고 때묻지 않았기에 처한 현실이 더 가슴아프고 애통하다.

분노하고 한탄하지만 원망하지 않는 건 희망이 없어서임을 알기에 처연하다.


땔감이 없어 외투를 입고 입김이 나오는 냉골 방에서 지내는 사람,

조문하기 위해 꽃을 따러 산으로 다니다 뱀에 물려 죽는 사람,

밥을 지으면 연기가 피어오르는 정감어린(?) 집,

옷에서 기어다니는 '이',

기차역에서 빵 하나를 사기 위해 발길에 치이는 일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닌 일상.......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다.

낯선 단어와 문어체 문장 사이에 삐져나오는 정감어린 말투가 옛날 이야기 그 자체다.

옛날 이야기와 다른 것이 있다면 이것은 "현재" 시제라는 것, 내 동포라 불리는 사람들의 '현실'이라는 것.

그리하여 '고발'일 수 밖에 없다.


고발이라는 제목을 작가가 지었을까?

정말 반디(작가)는 그들이 처한 현실을 낱낱이 파헤쳐 세상 사람들에게 고발하고 싶었던 걸까?

내가 처한 현실에 대한 자각은 했으나 어쩌지 못하는 막막함과 체념이 전해지는데?

그에겐 고발이 아닐지 모르나 우리에겐 고발로 전해지는 북녘땅의 현실.

이제 나는,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커다란 숙제를 떠안은 기분이다.


한 번에 몰아 읽지 않기를 권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고 몰입도가 상당히 좋아서 깜짝 놀랐으나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기 때문.

나는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크게 신경쓰면서 읽지 않는데, 생소한 어휘를 쉽게 넘기지 못한다면 각오하고 봐야 한다.


고발.

낯 모르는 사람에게도 후원하는 세상인데

독재 아래 고통받는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것 정도는 해야겠단 생각을 해본다.

정치라면 자꾸 외면하게 되지만 이건 정치가 아니라 인권 문제라고 생각의 방향을 바꿔본다.

'읽는 일'에 부대끼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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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린 데 자긴 싫고
장혜현 지음 / 까레드볼륨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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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졸린데 자긴 싫다는 사람이 쓴 글!!!!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기대가 만발.

초반.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깔깔깔 웃음이 아니라 "빙그레" 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그 미소.


사랑 얘기다.

이별 얘기이기도 하고.

사랑때문에, 이별때문에 졸린데 자긴 싫고.

그렇지 않으면 자고 싶은데 잠이 오지 않는 상황들.


에세이니까 진솔한 삶의 이야기리라 믿는다.

너무 진솔하게 쏟아내는 언어에 '사실일까?' 라는 의심마저 들게 만드는 이야기들.

나도 모르게 푹 빠져 읽었다.

졸린데 자기 싫은 밤마다 어두운 방 스탠드 불빛 하나에 의지해서.


지나간 사랑을 추억하며,

이별의 순간을 떠올리며,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던 시간과

이별에 치어 허우적대던 시간을 모두 소환했다.


마지막 연애를 시작한 것이 17년 전. ^^;;

연애라는 걸, 사랑이라는 걸.

마음 깊은 곳 어디선가 꺼내오는 시간.

사람 감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삶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 만큼 알고 있는 나이지만.

'어디 더 살아봐라' 나 '사랑이 밥 먹여주는 거 아니다' 라는 말로 초치고 싶기보다 '빙그레' 미소를 짓게 만드는 힘이 있다.


뜨거운 청춘의 이야기.

몹시 부러웠다.

그들의 사랑을, 그들의 이별을 맘껏 지지하고 싶다.

더 뜨겁게 사랑하고 더 치열하게 이별하라고 외쳐주고 싶다.


내가 졸린데 자긴 싫어한 것과 차원이 달랐던 '졸린데 자긴 싫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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