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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 빈털터리 소설가와 특별한 아이들의 유쾌한 인생 수업
크레이그 데이비드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신선한 에세이다.
중간에 다시 한 번 책 소개를 찾아 읽을 정도로 에세이같지 않았던 에세이.
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라고 책 겉표지에 소개하며 시작한다.
소설가를 꿈꿨으나 밥벌이가 시급했던 '나'는 먹고 살기 위해 스쿨버스 운전을 시작한다.
장애를 가진 청소년 5명을 태우고 운행하는 스쿨버스.
5명은 나이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장애도 다르고 다니는 학교도 다르다.
모든 것이 달라서 더욱 어수선한 버스 안.
활자를 읽으며 내가 그려보는 버스 안은 번잡스럽고 정신 사납기가 이루 형용할 수 없는데,
스쿨버스 운전사인 그가 그려내는 공간은 차분하고 진지하고 따뜻하다.
맥락도 없고,
스토리도 없고,
논리도 없고,
거짓말도 아닌데 사실도 아닌 이야기를 아이들과 주거니 받거니하는 그.
버스가 지나가면 장애인 탑승차량을 향해 놀리고 조롱하는 아이들과 차를 세워두고 시비를 벌이는 그.
그런데 이 책은 스쿨버스 운전사의 이야기가 아니다.
놀랍게도 아이들 5명에게 촛점이 맞춰져 그는 보이지 않는다.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처럼 느꼈졌던 것이 바로 이 때문.
내 이야기를 쓰는데 내가 없다.
내가 제일 잘났다고 외쳐대던 자기계발서에 지쳐서일까?
신선하다 못해 감동이다.
장애를 가졌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니 색안경 끼고 바라보지 마세요,
장애를 가진 사람을 보면 우리가 도와야 해요,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내 인생이 달라졌어요,
따위의 교훈이나 가르침따위도 없다.
그냥 그 스쿨버스에 그 아이들이 있었고, 그 운전사는 운행했을 따름이다.
제이크와 남다른 사이가 되고 소변통을 대주면서 마음의 불편함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을 뿐.
올리버의 심한 말에 나도 감정이 상해 맞받아 친 후 뒤늦게 후회하고,
마지막 운행날인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헤어지는 아이들에게 섭섭한 마음이 드는 평범하고 소박한 이야기.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위한 스쿨버스가 따로 운행되는 캐나다의 환경이 몹시 부러웠고
장애가 없는 다수의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그들의 마음때문에 슬펐지만
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이야기를 평범하고 위트있게 풀어낸 작가의 능력에 감사했던 책.
마지막 마무리 구성이 진부했지만 아주 후한 점수 주고 싶은, 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무거운 이야기라 지레짐작하지 마시라.
작가님이 똘끼가 좀 있으시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