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새 미래의 고전 62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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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새' 는 1983년 계몽사 아동문학상 수상작.

1983년은 놀랍고, 잊었던 '계몽사'의 등장은 반갑구나.


눈새는 주인공의 이름.

4차원 세상에 사는 아이다.

슬픔, 고통, 질병, 싸움...... 이 없는,

3차원 세상 사람들이 꿈꾸는 것이 이뤄진 세상.

슬픔, 고통, 질병, 싸움 없는 세상에서 태어나

꿈꾸는 게 뭔지도 알 수 없었던 눈새는 3차원 세상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3차원 세상으로 떠난다, 돌아올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최근 청소년 문학은 '영어덜트 소설' 이라 불리며

촘촘한 구성과 독특한 소재, 깊은 주제의식으로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모양새다.

표면적으로 다루는 문제와

이야기 내면에 깔리는 주제가 다른 경우도 있어

어설픈 읽기 능력으론 이해하기 힘든 소설도 자주 보인다.

이렇게 세련된(?) 소설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만난 1983년 작품은

몹시 투박해 보인다.

눈새가 사는 세상은 "4차원 세상" 이고

눈새가 꿈을 찾아 떠난 세상은 "3차원 세상" 이란 원초적 이름을 가질 정도로.

이토록 꾸밈없는 솔직함이라니. ㅎㅎㅎ


3차원 세상에서 눈새가 만나는 인물은 무난하고 평범하다.

그들이 겪는 갈등은 시시하다(?).

우연처럼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고

그들은 하나같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그래서 소설이 엉성하냐고?


슬펐다.


이건 소설의 엉성함이 아니라

40여 년 전의 세상이 그러했던 거니까.


모르는 사람을 돕는 일이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 되었고,

이웃간에 칼부림이 끝없이 발생하며,

친구를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게 비일비재한 세상에선

눈새가 사는 3차원 세상의 무난함이 낯설다.

이것은 올드함일까?

'라떼는.....' 을 찾는 고루함일까?


심심하게 무친 나물같은 동화.

돌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 꿈이 되었다는 문장이

2021년을 꿰뚫고 지나는구나.

같은 3차원인데 우리는 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가.


어른은 마음이 무너질테고

아이들은 낯선 세상을 경험하게 될, 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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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 - 누구나 찾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찰을 구석구석 즐기는 방법
탁현규 지음 / 지식서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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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가을.

날은 좋은데 멀리 떠나기 어려운 이 때.

지금 내게 가장 필요했던 책.



학예사가 쓴 "절" 이야기다.

절의 입구에서부터 차근차근 걸어들어가는 느낌.


절 앞의 무지개 다리와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까지.

주변 부속(?) 건물이며 불상, 그림(탱화)까지.

실제로 절의 경내를 함께 걸으며 설명 듣는 것 같다.


기분만 그럴까?

사진 자료가 빼곡하다, 깜짝 놀랄 정도로.

이건 사진집이 아닐까 의심될 지경이면 말 다했지.

건축물은 풀샷으로,

그림은 중요 부분만 별도로 확대해서,

조각물은 하나씩 따로 떼어 보여준다.

사진만 봐도 손해날 거 없는 책.


나는 기독교 신자다.

종교적 문제로 '절' 에 대한 거부감같은 건 일절 없지만

'불교' 적(?) 지식이 없다.

저자가 열심히 탱화를 설명하는데 '문수보살' 정도의 이름만 알지

나머지는 도통 모르겠는 한계에 봉착하고 만다.

반대로 생각하면

불교 신자가 읽었을 땐 내가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감동이 차오를 수 있지 않을까?


중세 유럽에서 글을 모르는 백성에게 성경을 가르치기 위해

그림을 이용했다는 건 상식처럼 알고 있으면서 

불교에서도 그림을 통해 부처의 삶을 보여주고 있단 사실에 놀라고,

불상의 얼굴 생김새가 모두 다르다는 것에 또 놀라고,

인물의 이국적인 모습에 다시 놀라는 경험의 연속.

놀라움과 놀라움 사이에서

고즈넉한 절의 모습과

그곳을 여행했던 추억이 교차하며 흐뭇한 웃음으로 마무리한다.


쉽게 쓰인 것 같은데 상당히 전문적이었던,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

순천엘 가야겠단 생각이 자꾸 들게 만든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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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살아남기 3 Wow 그래픽노블
스베틀라나 치마코바 지음, 류이연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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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

작가주의 색을 가진 만화, 문학의 특성과 구성을 가진 만화라고 보면 된다지만

여전히 나는 만화책과 구분짓는 것이 어렵다.

막연하게 만화책과는 좀 다른 거 같다는 감이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르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막막하다.


어쨌든 청소년의 학교 생활을 담은 그래픽 노블, 학교에서 살아남기.

시리즈로 출간되어 3편째다.


 

러시아 작가의 작품.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문화권의 이야기.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만 문화권마다 가진 묘한 다름은 볼 때마다 신비롭다.

일짱, 정의로움, 의리, 우정, 파티, 무도회, 치어리더.

동양의 정서에 서양의 형식을 입혀 의도적으로 익숙하면서 낯선 공간을 만든 느낌.

문학작품에서 만난 러시아는 이상하게 정서적으로 더 가까운 느낌이 든다.


순둥이 주인공은 순둥이지만 범접하기 어려운 아이다.

운동부로 좋은 체격을 앞세워 보안관이라 불리며 정의 실현(?)의 선두에 서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에서 물러섬이 없다.

그런 아이도 좋아하는 여학생 앞에선 말 한 마디 못하니

독자인 아줌마 입장에선 순박한 모습이 너무 이뻐서 웃음이 삐질삐질 흘러나온다. ㅎㅎㅎ


이토록 멋진 캐릭터의 남학생은 표지에 보이는 초록색 옷을 입은 아이.

출중한 외모까지 갖춘 비현실적 캐릭터는 가라.

현실감 있는 인물은 작품에 대한 신뢰도를 급상승시킨다.

순둥이 덩치 큰 주인공이 이성에 눈을 떠 좋아하는 여학생을 만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학교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책, 학교에서 살아남기 3.


요즘 아이들은 학교 다니기 참 힘들겠단 생각을 자주 한다.

학급 인원이 적다보니 따돌림과 외톨이 문제가 어른들의 생각보다 심각하고

해결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학년이 바뀌는 첫 날이면 함께 밥 먹을 친구 찾을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란다.

그러니 학교에서 살아남기란 제목이 과장이 아닌 아이들의 마음 그대로이리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아는 여러 아이들과

제때 개입할 줄 아는 어른들 덕분에 평화로운 학교.

허구의 세계에서라도 아이들이 행복하면 좋겠다.

그 허구를 통해 아이들이 예의와 평화와 행복을 배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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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해라, 몰리 루 멜론 I LOVE 그림책
패티 로벨 외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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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여럿이 있다.

'강아지똥' 은 내용이 너무 좋았고

'구름빵' 은 종이 인형으로 만든 사진이 좋았다.


 

당당해라, 몰리 루 멜론은 그림이 너무 이뻐서 좋은 책.

머리 큰 사람 그림, 너무 좋아한다. ㅎㅎㅎㅎㅎㅎㅎ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몰리는 뻐드렁니를 가진 쬐그만 아이다.

외모로 놀림받기 딱 좋은 아이.

실제로 놀림을 받는 아이.


          



그런데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아이가 밝고 명랑하다.

좋은 어른이 아이에게 보호막을 쳐주고 있으니까.


당당해라, 어깨를 펴라, 기죽지 마라.

이런 말은 참 하기 쉽다.

이런 말이 큰 효과가 없는 걸 알면서도 주문처럼, 암기한 다이얼로그처럼 내뱉는다.

정작 힘이 되는 말은

왜 당당해야 하는지,

어떻게 당당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고,

내가 니 옆에서 함께 있을 거란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한데

정작 중요한 건 생략한다.


몰리에겐 이 중요한 걸 알려주는 어른이 있다.

순진무구 어린아이는 어른의 말을 믿고 뻐드렁니에 동전을 쌓으며 장기(?)를 뽐내 결국 친구를 얻게 되는데,

어린아이가 읽는 그림책이라지만 어른이 꼭 함께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른의 역할을 배울 수 있으므로.


지도 못생긴 게 누구를 지적질하는지 어이없게 만드는 녀석.

모두의 외모를 기괴하게 그린 그림이 아주 맘에 든다. ㅎㅎㅎ

당당함이 뭔지 모를 아이가 당당하게 살아서 얻는 기쁨을 배울 수 있는, 당당해라 몰리 루 멜론.


그림만 봐도 킬킬킬 웃음이 나온다.

이런 그림, 내 스똬일.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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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과 반려동물의 사생활 에프 그래픽 컬렉션
캐슬린 크럴 지음, 바이올렛 르메이 그림,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다양하게 접근이 가능한 책과의 만남,

작가들과 반려동물의 사생활.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작가'한테 집중해서 읽을 수 있겠고

동물을 아끼는 사람은 '반려동물'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겠다.

나는, 책과 작가에는 관심이 있지만

동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두 입장 모두를 대변할 수 없음이 안타까움.


유명 작가가 꽤 많이 등장한다.

작품은 몰라도 이름은 들어봤던 작가의 대거 등장.

찰스 디킨스를 비롯해 버니지아 울프, 어니스트 헤밍웨이, J,K, 롤링까지.

반려동물을 아낀 작가 20명이 등장한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반려동물은 역시 개와 고양이.

그러나 흥미를 끄는 이야기는 악어, 까마귀, 공작처럼 "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아이들.

'샬롯의 거미줄' 작가(E, B, 화이트)가 실제로 돼지를 좋아했다는 사실은 괜히 반갑다.


작가들의 삶에서 반려동물이 등장하는 부분은 지극히 사적이다.

작가들의 사생활이 등장하니 압축판 위인전, 자서전의 느낌.

낯익은 작가들의,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은 삶을 짧고 간략하게 소개하니 재미있다.

원래 드러나지 않은 사생활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 재미난 법. ㅎㅎㅎㅎㅎ


책 안엔 삽화가 많다.

내가 보는 책을 슬쩍 보더니 그림이 많아서 만만해 보였던가, 아들이 읽겠다고 덤빈다.

그런데 읽으라고 주지 못했다.

작가들의 작품을 하나도 모른다면,

작가들의 삶을 단 하나도 들은 것이 없다면,

재미를 찾기 어려운 책.

'마크 트웨인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쓴 사람이었어?' 정도의 반가움은 있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면 이번 기회에 작가와 작품을 짝지어 찾아 읽는 것도 괜찮겠다. ^^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가볍게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읽으면 안성맞춤일 책,

작가들과 반려동물의 사생활.

삽화가 내가 좋아하는 그림 스타일이 아닌 것이 제일 아쉬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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