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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평점 :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제목만 보면 추리 소설이나 스릴러같지만,
절대 아니다.
함께 책을 읽었던 사람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려
오히려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던 순수문학 작품이다.
내용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는 것이 맞음.
장기 이식에 관한 이야기.
책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와중에 나는 몹시 좋았던 축에 홀로 서 있었더라는 점을 미리 밝힌다.
19세 아들이 갑자기 사고를 당한다.
우연한 사고, 어쩌다 그가 당한 일, 어쩌면 그가 당하지 않았어도 되는 일.
갈가리 찢어지는 맘을 부여잡고 현실에 발 디디며 있어야 하는 엄마의 마음이 곧 내 마음이 된다.
아들의 몸 어디에서도 죽음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데 죽음을 선언하는 의사.
그리고 이어지는 장기 이식에 관한 제의.
다른 장기는 모두 남에게 줘도 되는데 각막은 안된다.
그건 그냥 눈이 아니고 그냥 각막이 아니다.
그건 눈을 맞추고 서로를 바라보던 - 내 아이의 눈빛이고 내 아이 그 자체다.
썩어 없어질 육체와 사랑했던 사람의 영혼, 둘 사이의 경계.
심장이식을 받는 그녀는 궁금하다.
내 몸에 새 심장이 들어오면 내 심장은 어떻게 되는가.
왜 아무도 내 심장에 대해선 말해주지 않는가.
누군가가 어디서 죽었기에 내게 새 생명이 주어지는 아이러니한 순간.
내가 남에게서 받은 심장이 정말 내가 되는 것인가.
작가는 등장인물 개개인에게 사연을 부여했다.
우연으로 연결됨 없는 개인의 이야기가 촘촘히 얽히며 사건이 펼쳐지니
내 일상이 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내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 여겨지니 공감의 폭이 커지고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맘을 덧입으니 눈물이 난다.
괄호의 향연이라 할 수 있는 끝없는 단상들이 읽기에 방해됨은 맞지만,
'생명'을 대하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며 가슴 아팠던 책.
호불호가 갈리니 섣불리 읽으라 추천은 못하겠지만
나는 몹시 좋았던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