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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알았어야 할 일
진 한프 코렐리츠 지음, 김선형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평점 :
이름 하나 끝내줌.
어디에 갖다 붙여도 모두 말이 된다.
제목이 좋아야 한다는 것도 진작 알았어야 할 일 중 하나일까? ㅋㅋㅋㅋㅋㅋ
처음 시작.
( )로 처리하는 말이 너무 많다.
문장이 끝나고 부연설명이면 괜찮을텐데 문장 중간중간에 마구잡이로 등장한다.
그것도 짧지 않은 문장들이라 ( )에 신경쓰다보면 원래 문장이 뭐였나 다시 봐야 하니 초집중상태.
자구 예민해진다. ㅡㅡ;;
문제는 이 ( ) 가 상당히 중요하더라는 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 )가 굵은 글자로 바뀌며, 읽는 일 자체의 어려움을 조금 덜어주었길래 망정이지 분노로 일그러질 뻔.
그런데 말이다.
처음 ( ) 덕분에 읽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초반 상황에 집중도가 올라가더라는 것.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작가가 깔아둔 포석을 피해가지 못하고,
사건이 진행되서 몰아쳐야 하는 시점부터 ( ) 가 사라지면서 읽는 행위 자체에도 가속이 붙는다.
달리는 말을 갑자기 멈출 수 없는 법.
책 속으로 마구 빠져든다.
마구마구 빠져드는데 책이 너무 두껍다.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빨리 뒤가 보고 싶은데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다.
600쪽이 넘는 와중에 글씨마저 빼곡.
대강, 슬렁 읽을 수도 없어 그 많은 글자를 죄다 읽어낸다.
진작 알았어야 할 일 중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첫 번째는 600쪽이 넘는데 재미나다는 사실.
각오 단단히 하시라.
잔인한 장면 하나 나오지 않는데 섬짓해서 혼났다.
소시오패스에 대한 이야기같지만, 소시오패스가 전혀 도드라지지 않게 만드는 인간 군상의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
'진작 알았어야 할 일' 이라며 남의 아픔을 본인만의 잣대로 함부로 평가하던 심리치료사의 아픔 - 그 안에 내 모습이 보여 무서웠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은 나를 합리화시키기 위해서라면 '진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소시오패스의 마지막 편지가 압권이지만.
우리가 진작 알았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리가 진작 알았어야 할 일은 존재할까?
우리가 진작 알았어야 할 일을 진작 알았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아들은 엄마에게 진작 알려줄 걸 그랬다고 말하지만 진작 말했어도 엄마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진실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
그리고 그건 바로 내 모습이다.
길고 긴 책을 2권으로 나누지 않고 출판한 출판사에 이 짜증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
책의 흐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사람들이로세. ^^
오래간만에 책 읽은 보람을 느낀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