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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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에 들고 나선 책이다.

시간 날 때 짬짬이 읽기에 안성맞춤인 에세이 아니겠는가.

만화 보노보노를 모티브로 한 이야기라니 부담도 없다.

 


나는 공황장애가 의심되는 비행기공포증을 갖고 있다.

내가 비행기가 너무 무섭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비행기 이륙할나도 무서워",

"짧은 시간만 견디면 좋은 거 보니까 견뎌",

"괜찮아질거야"...........

병원엘 가야겠다 생각할 정도니 단순한 두려움의 수준이 아니라는 걸 그들은 이해하지 않고 그들 입장에서 위로를 건네는 것이다.


죽음의 공포를 불사하고 나선 길.

공항에서 처음 펼친 보노보노의 이야기는 곤란함에 대한 것이었다.

누구나 곤란하고, 곤란함은 결국 끝이 날테니 안심하고 곤란하라고,

위로는 위로하는 사람이 아니라 위로받는 사람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위로라고 말한다.


첫 장부터 넉다운되고 만다.

시작부터 점쟁이처럼 내가 들어야 하는 이야기를 꺼내더니 마지막까지 정신차리지 못하게 두들겨 댄다.


친구를 만나고 온 얼굴을 보면 진짜 친구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단다.

보노보노는 '금세' 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어른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여러사람 입에 오르내리는 치명적인(?) 사람이 아무나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노인들과 한 약속은 잊는 것이 아니라고, 노인들에게는 "앞으로" 보다 "지금"이 중요하다고 알려준다.

엄마는 대체 언제부터 엄마였는지 궁금해 하는 작가 덕분에 엄마이면서 자식이기도 한 '나'를 한없이 돌아본다.


보노보노가 이런 만화였던 것이야?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라고?

나는 보노보노처럼 살지 못했고, 앞으로도 보노보노처럼 살지 못할 것이다.

그저 보노보노를 알게 되어 감사할 따름.

작가 김신회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보노보노처럼 사는 것의 의미도 몰랐을테지.


별 대사도 없는 네 컷짜리 만화가 가슴을 찡하게 울려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신변잡기 나열의 에세이가 아니다.

가슴을 치고 뒤통수를 치고 어깨를 토닥인다.

평소라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이 책 너무 좋아~' 라고 촐싹대고도 남았을텐데,

이렇게 말하면 책이 가벼워 보일까봐 말을 아낄 지경.


만화 글씨가 너무 작아서 읽기가 힘들었던 아쉬움이 있었음.

노안이 시작된 것인가. ㅠㅠ

그래서 더 많이 공감하고 위로받았던 것일까?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쌍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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