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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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은 후라 기대감을 갖고 시작.

기대감은 항상 참사를 낳는다.

대참사 시작.

우리 주인공 '송자'는 발암캐릭터였던 것이다. ㅡㅡ;;


하는 일마다 꼬이고,

꼬이는데 그걸 견디고,

비슷한 일을 또 겪는데,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몹쓸 병까지 얹혀 시체 읽는 남자가 시체를 읽기도 전에 시체가 될 것만 같은 불안감을 안겨준다.

책값이 5,000원이었으면 미련없이 덮어버렸을 거다.

끝내 책을 덮지 않게 만들어준 도서정가제에 감사해야 하나? ㅋㅋㅋㅋ


그러나 주인공이 발암캐릭터인 것엔 이유가 있다.

중국 송나라가 배경이기 때문.

가부장적 문화가 꽃을 피워 만개해서 윗사람에 대한 공손함이 도를 넘어섰고,

윗사람에 대한 공손함을 넘어서 가문의 명예까지 지켜야 했는데,

인권이란 것은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그런 시대인 것이다.

용의자를 잡으면 얼굴 뼈를 으스러트리는 고문을 해서 자백을 받고, 그 후엔 자백을 번복할 수 없게 혀를 뽑아버리던 시절이니

읽는 내내 분노가 치밀고 답답하고 짜증을 견딜 수가 없는 게 당연하다.


이 분노와 짜증과 답답함을 견디며 읽다보니 어느새 책이 끝.

허허허허, 웃음이 난다.

어느 순간 책에 빠져서 나도 시체를 읽고 있더라.

 

지금 말로 하면 시체 읽는 남자는 법의학자겠다.

주인공 '송 자'는 실제 인물로 그가 쓴 책과 그의 기록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송나라가 배경이니 우리가 흔히 읽어왔던 장르소설의 법의학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 접근 방법이 신묘막측하다. ㅎㅎㅎㅎ

처음 셜록홈즈를 읽을 때의 그런 느낌이랄까?

손톱 밑의 흙, 날아다니는 파리, 깨진 파편 같은 것들이 모든 단서가 되며

탐문 수사를 위해 시체의 손목을 잘라서 가지고 다니는 아날로그 감성을 선보인다.

작은 것 하나도 증거가 되는 치밀함이 재미를 5배로 만든다.


마지막 재미는 작가.

너무도 중국스럽게, 중국의 유교문화가 사실적으로 그려진 '시체 읽는 남자'는 스페인 작가가 쓴 글이다.

다 읽고 책을 덮으면 자연스럽게 작가에게 박수를 치게 될 것.

같은 문화권에 사는 나도 분통 터지는데

외국인이 이토록 자연스럽게 유교문화를 글에 녹여내다니 대단하다는 말 외에 표현할 길이 없다.

초반에 가슴 터지도록 답답한 주인공의 삶도 우리를 '송' 시대로 끌어가는 과정으로 반드시 필요했던 부분.

우리가 그 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21세기에 앉아 이러쿵저러쿵 평가질을 해댔을테니까.


초반 분노를 다스리며 읽을만 하다.

가독성도 좋아 하루만에 뚝딱 읽힘.

무게감 있는 장르소설, 아주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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