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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 - 숨어 있던 예술적 재능을 찾아주는
퀜틴 블레이크 지음, 최다인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내가 하지 않는 것과 못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늙음'을 준비하는 요즘,
내가 도전하는 과제는 "하지 않았던 일을 하는 것".
필연인지 우연인지 '그림 그리기' 가 내게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일을 하라 한다.
나는 책에 낙서(?)하는 것을 싫어한다.
책 읽은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읽고 고이 모셔두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그림 그리기'는 책에 그림을 그리란다.
색연필로 그리고 침 묻혀가며 문지르란다. ㅡㅡ;;
내 나이 스무살이었다면 100% 눈으로만 읽고 덮었을 책.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책 받은 후 이틀간 고민.
책에 그대로 그려?
종이를 꺼내서 그리고 책은 그대로 보관해?
길을 걷다가도 문득문득 심각해질 정도까지 고민한 끝에, 결국 직접 책에 그리기로 결정.
작가가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무슨 뜻이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심하다.
옆에서 구경하던 아들 녀석이 달려들어 자기도 해보겠다며 똑같이 한다.
나는 실오라기 같은 선 하나를 긋고 침 묻혀 지우는 것도 흐릿한데,
아들놈은 진하게 긋고 마구마구 지워댄다.
이녀석 그린 선을 보니 불쑥 오기같은 것이 솟는다.
나는 이깟 선 하나 그리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니!!!!!! ㅡㅡ;;
결론적으로,
내 안의 재능을 찾아주지 못했음은 확실하다.
하기사, 없는 재능을 어찌 찾아주겠는가. ㅠㅠ
그러나 내 안에 있는 하나의 금기를 깼음도 확실하다.
주저리주저리 떠들기만 하는 책이 지겨웠다면 도전하시라.
떠나라, 쉬어라, 소통해라, 사랑해라....... 말만 하지 않는다.
직접 빈 공간을 내어주며 빈 공간 채워, 빨간색만 사용해, 그림자 넣어봐, 양초를 그려, 라고 한다.
가만히 있지 말고 직접 뛰어들라 한다.
틀려도 괜찮다고 한다.
맘에 안들면 항의하라고 한다, 정작 할 곳은 없지만. ㅋㅋ
내게는 숨어있던 예술적 재능보다
숨어있던 '나'를 찾아주었던 '그림 그리기'였다.
나의 가슴벅참을 10%도 표현하지 못하는 나의 글솜씨가 한탄스러울 따름.
이번에는 글쓰는 재능을 찾아주는 책을 찾아볼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