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 붉은 빛이 도는 보름달이 뜬다. 엄마에게도 그랬듯 딸에게도 흉조다.- 문을 열면 밖으로 손톱만한 달이 보인다. 사방은 고요하다. 숲 속 암자의 밤은 구구절절히 묘사하지 않아도 섬짓하도록 적막하다.- 손톱만한 달이 보름달이 되고, 다시 일그러졌다가 보름달이 되었을 때, 그 때가 끝이었다. 달만이 모든 것을 알고 있으리라.소설을 읽었다기 보다 영화를 한 편 본 기분이다. 몽환적인 분위기에 다소 공포감도 느껴지는 그런 영화 말이다. 잡음이 심한 영사기가 흐릿한 흑백화면을 쏘아대는 느낌의 그런 영화 말이다. 눈으로 보는 글자들이 전부 영상으로 바뀐다. 스토리 중심의 소설이라기 보단 이미지 중심의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이토록 선명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니, 작가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내가 새로운 글자를 통해 영상을 만들어내듯 주인공도 자신이 모르는 영상에 쫓긴다. '피를 흘리며 숲에서 죽어가는 나, 내 몸을 기어다니는 벌레, 난 여기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몸서리 치도록 선명한 그 영상과 느낌에 지금의 '나'를 의심한다. 그렇게 그 여인도 다가온다. 꿈이라 하기엔 너무도 생생한 그녀. 난 그녀를 보기 위해 잠을 잔다. 그녀의 얼굴이 보고싶다. 못 견디게 보고싶다. 난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꿈이라 하기엔 너무도 생생한 그녀를.....'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게 만드는 마지막을 기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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