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는 아줌마
이숙경 지음 / 동녘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말이 독자서평이지 마구잡이식 독후감을 써대면서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별표다. 가끔 내가 쓴 서평을 보면서 나 자신도 무슨 얘기를 쓴 건지 모르겠는데 남들이야 오죽하겠느냐 싶은 마음에 별표라도 제대로 표시해줘야겠다 싶은 일말의 프로의식(?)에 기인한 행동이라고나 할까.
심혈을 기울이는 이 별표 표시 행위에 가끔 고민을 던져 주는 책들이 있었으니 '담배 피우는 아줌마'도 그들 중 하나다. 다섯 개 만점을 주자니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이 아닐테고, 그렇다고 네 개만 주자니 뒤가 찜찜하단 말이다.
어찌하여 그런가하면......

이 책은 불특정 다수가 모두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유달리 민감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고 그 중에서도 제 3의 성별로 구분되는 아줌마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한 술 더 떠서 그냥 막무가내 식의 아줌마도 아닌 꽤나 의식있고 진보적인 아줌마의 입담이니 시비를 걸자고 하면 한도 끝도 없지 않겠는가?
나야 이 책을 보면서 온통 감동(?)과 수긍, 아줌마로서 새로운 삶의 길을 찾았지만 이것도 내가 여성중심적(?) 사고에 익숙한 결과 반감이 없어서 그랬던 것이지, 만일 여자가 밥 할 시간에 외출하는 일을 자기의 책임과 의무를 져버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면 되먹지 않은 여자가 떠드는 소리로 몰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밥하고 빨래하고 자식 키우는 일이 나의 의무이며 책임으로 인식하고 사는 아줌마와 '나'는 '나'고 '가족'은 '가족'이며 '엄마'는 그저 '내' 역할 중 하나로 인식하는 아줌마들 모두가 공감하는 별표의 수준은 어디일까? 당연히 고민이 될 수 밖에.

그 고민의 결과 '담배 피우는 아줌마'는 별표 5개가 아니라 50개라도 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줌마도 사람이라는데, 아줌마도 하나의 인격체라는데, 시집 가서도 처녀 시절처럼 살라는 얘기를 하는데 - 너무도 당연한 얘기를 하는데 이러쿵 저러쿵 말이 난다니..... 이런 현실이 미워서라도 별표 5천 개, 5만 개 줘야한다.

저자 이숙경이 태어나서 가장 많이 한 일은 밥짓기였단다. 그게 싫어서 지금은 일주일에 3번만 밥을 한단다. 일하는 엄마를 가진데다 외동으로 자라는 딸은 공동육아를 통해 부족한 형제애와 부모의 사랑을 채워준단다. 내 가족에게만 쏟는 애정을 나눠 친구를 위해서도 쓰니 외롭지 않고 든든하단다. 이숙경이 아줌마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만 들여다보면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싶은 생각에 화들짝 놀라기 일쑤다. 작은 생활 방법 하나를 바꿈으로 인해 내가 잊고 사는 '나'를 일깨울 수 있다. '나'='나'다. 나 = 엄마,도 아니고 나 = 아내, 도 아니다. 그것들은 그저 내가 맡은 역할 중에 하나일 뿐이다. 내가 나를 그저 그런 아줌마로 내몰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생기지 않는다면, 반성하라.

담배 피는 아저씨가 이상하지 않듯이 담배 피는 아줌마 역시 낯설지 않아야 맞다. 그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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