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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 왔다 - 2000년 제31회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집
이문구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엄청나게 평범한 사람이다. 책을 보며 숨은 속내를 찾거나 하는 일 따위는 상상도 못하게 고단한 일이며 그저 읽기 편하고 재미난 것을 선호한다는 말이다. 일반 보통 사람들이 그러했을지도 모르지만(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얼핏 제목에서 고단한 삶의 냄새를 맡았다. 고단한 삶의 끝자락에 놓인 인간의 마지막(?) 삶의 모습을 담았을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약속은 깨라고 있는 것이고 기대는 무너지라고 있다는 말처럼 보기좋게 엇나갔다.
배경은 농촌이고 절정으로 치닫는 사건도 없다. 걸판지게 늘어놓는 충청도 사투리의 홍수 속에서 조금은 거부감마저(뭔소린지 정말 못 알아 먹겠는 말도 많거든. -.-) 느껴지는 - 말하자면 향토소설(내가 나눈 소설의 한 종류일거다 아마.)이었다.
느릿느릿 보이지 않는 움직임 속에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어수룩하니 순박할 것만 같은 사람들이 쏟아내는 말들은 예사로운 것들이 아니다. 나랏님도 없으면 욕한다는 식의 마구잡이 떠들기가 아니라 지나치게(?) 논리정연한 이야기로 듣는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세상이 왜 이럴꼬, 사람이 왜 이럴꼬'하는 장탄식과 함께.
작가 이문구는 이 책을 '나무' 이야기라 말한다. 각각의 제목도 나무이름이다. 제목만으로는 아무 것도 유추할 수 없는 - 나무이름. 그것도 플라타너스니, 소나무니 하는 나무 나름의 색이 있고 의미가 있는 -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아닌 개암나무, 화살나무 처럼 생소한 것들을 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뿌리내리고 흔들림없이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얘기거나, 아예 종적을 감춰버린 토종 나무들에 대한 얘기가 하고 싶어서일거라 누구든 짐작할 것이다.(실제로 이것이 맞는지는 작가 자신만이 알 일이지만.) 눈에 띄지 않는 민초들의 형상화 정도로.....
소박한 이야기고 농촌색 짙은 이야기다. 인물의 감정이 전혀 꾸밈없이 소박하고 솔직하다.(사투리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읽는데 애로사항이 많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