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의 장례식
이응준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 2의 '머꼬네 집에 놀러올래'를 찾은 줄 알았다. 코믹과 풍자가 한데 어우러진 가벼운(?) 읽을거리를 또 찾았구나, 좋아했었는데 그것은 결국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 꼴이었으니. 역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내였던 것이었다. -.-

보통 단편집을 보면 그 작가의 색깔을 알 수 있다. 중장편 하나만으로는 잡아 챌 수 없는 작가만의 무엇이, 짤막한 단편 여러 개를 통해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엔 이런 작가만의 굵은 뼈대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보면 드라마극본 공모에 당선된 드라마를 보는듯 하다. '이교도의 풍경' - 영화 '디 아더스'에 버금가는 충격이었다. '내 가슴으로 혜성이 날아들던 날 밤의 이야기', '그녀에게 경배하시오' -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나게 읽었다.

위의 단편은 그 소재 면에서 상당히 충격(?)적이었고 마지막 반전이 압권이었다. 다 늘어진 테잎 듣듯이 거기서 거기인 사랑 얘기도 아니고 한 때 투사로 살던 사람의 사상적 공황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렇다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의 소소한 얘기도 아니다. 말 그대로 드라마극본 공모에서나 가능하고 단편 소설에서나 가능한 이야기- 말 그대로 소재의 참신함이 돋보인다. 마음같아선 내용을 다 이야기하고 싶지만 혹시라도 읽을 분들을 위해 참겠다. ^^

작가 이응준은 소재의 참신함을 바탕으로 개인의 문제를 고민한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개인적 방황의 냄새가 나고 방황하는 자 특유의 삐딱한 시선도 새롭다. 그러나 그 고민이 바닥까지 치고 내려가지 못해서 그저 사사로운 문제로만 끝이 나고, 때문에 제 3자, 사회적 고민으로까지 승화되지 못한 듯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씩스 센스, 디 아더스에 이은 반전문학이라 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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