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첫 느낌은 '지겹다'였다. 책의 내용이 지겹다기 보다는 비슷한 장르를 연달아 읽게 되었을 때, 안타까움에서 묻어난 탄식이랄까. 소설인줄 알고 제목만 보고 덥썩 샀더랬는데 또(?)다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여성의 자전적 에세이라니.(다른 독자가 쓴 서평을 보니 제목에 대한 얘기도 있던데. 제목 하나는 멋짐에 틀림없다.)

지은이는 조선희. 연합통신과 한겨레신문 기자를 거쳐 '씨네 21'을 만들고 편집장을 지냈다. 지금은 소설을 쓰기 위해 모든 사회생활(?)을 접고 창작에만 몰입 중이란다. 당근(?) 여자다. 물론 처녀는 아니고 연하의 남자와 결혼해서 딸이 둘. 성공했다고 책을 썼던 대부분의 여성들에게서 공식처럼 나왔던 지긋지긋하도록 궁핍하거나 혀를 차게 만드는 어려운 과거는 없다. 단지 조선희에게는 도전이 있었고 삶에 대한 애착이 있었고 강한 자존심만이 있었다.

'어려운 역경을 딛고 잘도 살았네'라는 기특함이 묻어난 칭찬을 할 수는 없다. '이렇게 어려운 사람도 노력해서 잘 사는데 반성하자'라는 남의 불행에 기댄 내 행복찾기나 자기 합리화, 위로의 말도 할 수가 없다. 그저 '내가 느슨하게 살고 있구나, 삶이라는 걸 얕잡아 보는구나'라는 깊은 반성과 더불어 전투력이 용솟음친다. 삶에 대한 애착!! 앞만 보고 내달리는 불굴의 전투의지. 여기에 맛깔스런 읽을거리를 덤으로 제공한다.(저자가 기자 출신에다 소설을 준비하니 당연하기도 하겠지만.) 맛깔스런 문장에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얹어주니, 읽기도 전에 '지겹다'고 내뱉은 것은 조금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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