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든 동화든 선택되는 배경이나 소재에 따라 글의 무게감이 틀려지기 쉽다. 가난한 달동네의 끼니 걱정하는 일상과 경제적으로 넉넉한 가정의 뭘 먹을까에 대한 고민은 분명 틀리기 때문이다. '괭이부리말'은 인천의 가난한 산동네를 배경으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궁상맞거나 우울하지 않다.오염된 공기가 가라앉아 목이 칼칼하고 가래가 잔뜩 끼는 인천 산동네 판잣집 촌엔 부모님이 집을 나간 동수, 동준이 형제와 숙자, 숙희 쌍둥이 자매가 살고 있다. 학교에서 주는 급식이 하루 식사의 전부이고 김치 없는 라면을 끓여먹는 아이들이지만 그늘 없이 밝고 씩씩하다.내가 아무리 달아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또한 내가 아무리 가지려 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가난이 싫어서 동네를 떠나겠다거나 큰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겠다는 헛된(?) 꿈을 꾸지 않는다. 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동경이나 닥친 문제로부터 도망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욕심없이 하루하루에 충실한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그래서 불행하거나 고달프지 않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서로 아껴주는 마음, 그것이 그들의 희망이고 우리에게는 해피엔딩을 꿈꾸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