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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ㅣ Wow 그래픽노블
케이티 오닐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얇은 그림책이다.
그래픽 노블이라 부르지만 나는 그림책 + 만화책이라 분류하겠다.
그림 한가득인 얇은 책이라고 얕잡아봤다가 충격에 빠져버린 상황.
초등학교 6학년 이상 청소년에게 추천하겠다.
뭐, 가볍게(?) 읽자면 초등학교 1학년도 읽을 수 있겠지만. ^^;;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제목과 겉표지가 모든 걸 이야기하는 간단명료한 책이다.
탑에 갇힌 공주를, 공주가 구해주고 둘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
여성을 백마 탄 왕자님만 기다리는 수동적 캐릭터로 그려왔던 수많은 동화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책이다.
하얀 얼굴에 금발 나부끼는 백인 중심이 아닌 흑인 주인공이 등장해 인종 우월주의에도 맞선다.
용감무쌍해야 마땅한 왕자님은 심약한 성격인데 심약하다는 이유로 지적받아 사는 것이 힘들다.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피부색에 의한 편견을 싹 걷어버린 급진적인 동화책.
어른과 초등학교 6학년 이상 청소년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적 편견을 잘 꼬집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테고
저학년이 보면 편견을 갖지 않을 수 있는 바탕이 되겠다.
짧고 간결한 만화 형식이라 읽기도 편해 부담없다.
그런데 6학년에게 추천한 이유는 읽은 후 함께 이야기나눌 주제가 만만치 않아서!!???!!!!!
그리고 내 입장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아서다. ㅡㅡ;;
(스포가 시작되니 책의 마지막을 알고 싶지 않은 분은 여기까지 읽고 끝내주시길.)
책을 읽고 근 10여 일을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도 입장은 정리되지 않았다.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는 공주와 공주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공주가 각자의 삶을 알아서 잘 살았겠거니 짐작했다가 살짝 충격을 받는다.
성 역할을 깨는 방향으로 잘 나가다가, 결국 결혼이란 제도 안으로 다시 들어온다는 결론???
오래오래 행복의 조건이 결혼이라는 결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아쉬움이 하나.
다른 충격은 동성 결혼에 대한 자연스런 접근이었다.
동성애, 동성 결혼에 관해 나는 찬성이나 반대, 어느 쪽도 아니다.
각자 인생, 본인이 선택한 삶에 대해 남이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고,
그들을 조롱거리로 삼거나 일종의 호기심으로 흉내내는 것은 경계해야한다는 정도의 생각만 있다.
그러다가 아이들 동화책에서 툭 튀어나온 동성결혼.
이토록 자연스럽고 편안한 노출이라니........... 솔직하게 말해, 당황했다.
고정관념, 우월감, 피해의식, 편견 등등등.
어느 쪽으로든 기울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노력은 노력이고 내 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음은 확실하구나.
하는 깨달음과 고민에 빠져버렸다.
여전히 내 입장은 없다.
여전히 고민 중이다.
그리고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6학년 이상 청소년만이 아니라 성인들도 함께 읽고 이야기나눠 보자고 강력 추천하고픈 책,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내 가치관을 뒤흔들어 감춰진 의식을 끄집어내게 만드는 이런 책, 정말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