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 상처 입은 뇌가 세상을 보는 법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조성숙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금사빠다.

어찌나 금새 사랑하는 책이 바뀌는지

맘에 드는 책을 만났다고 호들갑을 떨고 흥분해서 어쩔 줄 몰라서 만나는 사람마다 자식 자랑하듯 책 자랑을 해놓고는

이틀 후에 진짜 좋은 책을 만났다며 다시 호들갑을 떨고 흥분해서 어쩔 줄 모르기 일쑤.


이번에 약 2주간 나를 흥분에 떨게 만들었던 책은 바로바로바로 요 녀석,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우리 애 하버드대 붙었다고 자랑하는 거 같은 마음으로 내놓는다 이 녀석. ㅎㅎㅎㅎㅎㅎ


택배 봉투에서 꺼내는 순간부터 맘에 들었다.

뚱땡이 책인데 크고 넓은 판형을 양장으로!!!!!!

책갈피 필요없게 만들어 주시고,

자간, 장평, 페이지 여백 모두 넉넉하고 글자 크기도 적당하다.

과학책이 번역은 어찌 그리 매끄러우며 오타도 발견 못했으니 만족도 최고.


원래 뇌과학에 관심이 많아 책동냥으로 풍월을 읊기 직전의 수준은 되서 아주 많이 재미나게 편히 읽을 수 있었다.

얄팍한 지식에 살짝 살이 붙는 느낌이랄까?


전두엽, 후두엽, 측두엽이라는 한자 명칭으로만 알던 뇌 각 부분의 명칭을

'이마겉껍질'과 같은 순우리말 표현으로 바꿔 부르는 참신함으로 시작한다.

이마앞옆겉질이 사실 점검을 하는 역할이고

안쪽이마앞옆겉질이 자기중심 사고를 전문으로 하는 영역이라는 식의 구체적 설명을 곁들이지만

나는 뇌과학자가 될 것이 아니므로 대강 읽고 넘긴다.


내가 재미를 느끼고 중요하다고 집중한 것은

뇌는 전기 신호를 받아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

뇌의 각 영역은 각자 자신의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래서 다리가 절단되어 없어져도 다리에서 올라오던 전기 신호가 사라져도 그걸 기억해(내 자의적 해석) 긁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절단된 부위를 가짜로 긁는 시늉을 하면 가려움이 사라진다니 소름돋을 일.


가장 충격적이고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 건 선천적 시각 장애인이 자면서 꾼 꿈을 그림으로 그린 실험이다. 

어설프지만 우리가 그리는 것과 똑같은 졸라맨 사람과 해와 새 그림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걸 어떻게 그렸지? 라는 질문이 내내 떠나질 않는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시각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과 꿈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은 다르기 때문이란다.

꿈을 영화나 사진처럼 기억하는 우리는 눈으로 본 것을 꿈꾼다고 생각하지만 꿈은 시각정보와 상관없다는데.........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열심히 설명하시지만 이미 닫힌 사고의 끄트머리에 서 있는 나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ㅡㅡ;;

그저 놀라움과 감탄으로 읽고 붙임딱지만 붙여댈 뿐. ㅎㅎㅎ


그 페이지를 읽은 그날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실천하는 것도 하나 있으니.

계단을 오르는 내 모습을 열심히 그려보는 이른바 이미지 트레이닝.

그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려 실제 그 상태처럼 느끼면 뇌는 내가 그 행동을 했을 때와 똑같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여러 실험 결과를 통해 뇌의 신호만으로 근육에 변화가 일어난 것을 증명하였으니,

유. 레. 카.

매일밤, 계단을 오르는 상상에 허벅지 근육이 단단해지는 기분이 들어 흐뭇하게 잠들고 있다. ^^;;


나는 내 뇌에 속고 있다.

뇌가 '나' 같지만 아무리 봐도 내가 '뇌'는 아닌 거 같다.

신비하고 오묘하다는 말 이외에 어떤 단어가 더 잘 어울릴까.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안에 내가 살고 있지만, 나는 어디에 살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철학적 질문으로 책을 덮게 만드는,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나는 너무너무너무 좋았던 책이지만 이번에도 쉽게 추천하긴 어렵구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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