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 음악에 살고 음악에 죽다
금수현.금난새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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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의 아버지는 가곡 '그네'의 작곡가 금수현이다. (처음 알았음. ^^;;)

원래 성은 김씨였으나 금씨로 바꿔 아이들 이름을 모두 순우리말로 지을 정도로 우리말 사랑이 남달랐던 분.

그분이 썼던 1962년도 칼럼과 그의 아들인 금난새가 덧붙인 글 모음집이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이다.


공교롭다고 해야할까?

이청준의 '눈길'이란 단편집을 읽고 있는데 말투가 상당히 비슷하다.

문어체도 구어체도 아니면서 짧고 불친절한 그것.

시대극을 보는 듯 촌스럽지만 정겨운 말투에 유머와 위트가 한가득이다.

일제의 한글 박해에 한풀이하듯 아이들 이름을 한글로 지을 만큼 강단있는 분의 깨인 사고방식은 흐뭇하다.


아이들에게 매질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긴 연설, 긴 축사, 긴 브리핑 해설은 없어졌으면 좋다 하셨는데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그 중, 가장 재미났던 건 "만화책이 가장 문제다"(50쪽) 라고 시작하는 이야기.

지금 엄마들이 들으면 만화책이라도 읽었으면 좋겠다고 할텐데 그 시절엔 만화책이 문제였나보다.

인간사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음을 목도하는 순간.

스마트폰만 잡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얼마나 놀라실까...... 싶어 혼자 깔깔댄다. ㅎㅎㅎㅎ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웠으면 거북선도 실제 크기로 복원을 해야 되지 않겠냐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

주인공이 잘 되어도 시기하는 습성이 있으니 주인공은 죽어야 한다는 비꼼에 탄복.

자식을 기를 때 사랑하는 것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는 지혜에 고개를 끄덕끄덕.

이 모든 이야기를 두 페이지 안에 짧고 간략하게 정리해내니 어찌 아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껴 읽어도 이야기 자체가 워낙 짧아서 호로록 읽힌다. ㅠㅠ

호로록 읽다보면 어느새 4악장, 아들 금난새의 이야기가 시작.

첫 문장의 첫 단어부터 시대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말인데 시대의 영향을 받아 다르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라울 따름.


허접한(?) 에세이 20권보다 나은 책이라 소개하고 싶은,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교훈적인 이야기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걸 참으로 좋아하는데 금수현님이 그러하시다.

옛날 이야기하듯 툭툭 내던지고 알아듣거나 말거나 나는 모르겠다는 식의 옛날옛날 아버지 모습이 떠올라 괜시리 가슴도 뭉클.

금난새님 이야기도 이에 못지 않으나 아버지게서 너무 임팩트가 있으시네. ^^


오래간만에 가방에 넣고다니며 짬짬이 꺼내 읽었던 책.

아버지와 아들이 비슷한 일을 하고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 있다는 게 참으로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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