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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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 있다.

읽고픈 욕구를 자극하는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처럼 다각적으로 다가와 놓치면 안되겠다는 맘을 먹게 하는 책은 드물다.


1.

저자 김진애는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알쓸신잡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으나

내가 좋아하는 건 방송매체에 등장한 그녀가 아니라 '여자의 독서'라는 책에서 만난 김진애다. 

강단있는 말투에 신념이 묻어나지만 혁명가는 아닌 매력적인 모습.

(도시건축가로서 자신의 전문 분야를 다룬 도시 이야기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2.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충격받고

'공간혁명' 에서 감동받은

도시와 건축 분야 무식자의 끝없는 지적 호기심.


3.

출판사 다산의 인문학 책이 아주 맘에 드는 요즘.

어디까지 맘에 드나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의 발로.

이러한 동기들의 모임으로 시작하는 책.



도시는 익명성과 큰 규모(도시 면적, 건물의 크기, 인구 수 등등)  담보로 한다.

큰 규모는 작은 것들의 집합체로 작은 것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 권력과 전통, 역사가 생겨난다.

사람과 고층 빌딩이 많고 교통이 복잡하지만 편의시설이 집중되어 살기 편한 곳으로

단순하게 받아들여선 도시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잡을 수 없는 것은 이 때문.


고화질 사진과 영상으로 집에 앉아 편안히 확인할 수 있는 도시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피렌체 두오모와 바티칸의 산피에트로대성당은 같은 성당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데

그것은 두 성당에 다다르는 길이 달라서다.

두오모는 미로같은 길을 지나 도착하는데 어느 길로 오느냐에 따라 인상이 전혀 달라지지만

산피에트로대성당은 하나의 큰 길로 진입해 정면으로 성당을 마주하게 된다.

유명한 두 성당에서 받는 감동은 건물 자체가 전달하는 느낌이라기보단

건물로 다가가는 동안 만나는 도시의 풍경에 따른 차이이며

우리는 그것을 느끼기 위해 사진을 보지 않고 여행을 나선다.


상징성도 없고 국민에게 열린 공간도 아니면서 유명한 건축양식인 돔과 열주를 이용해

말도 못하게 튼튼하게 지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홀로 아름답지 않은 자태를 뽐내 지탄받지만,

정조의 수원 화성은 철저한 계획 아래 백성과 조화를 이루어 찬탄을 이끌지 않는가.

도시란 그런 것이다.

멋진 건축물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

그래서 담장을 높이 쌓아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문제라 지적받는 것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안다고 인지하지 못했던 내용을 정리한,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군데군데 정치적이라 느껴지는 부분이 있지만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다만 분노가 치솟을 뿐. ㅡㅡ;;

특히 해운대 엘시티는 그렇게 문제가 많았음에도 결국 건물은 올라가고야 말았다는 사실에 더더더더더 분노하게 만들고.

내가 살아가는 터전의 문제까지 권력의 힘에 굴복해야 하는 현실에 무력감이 몰려온다.

북한에는 '부동산'이라는 말이 정착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에,

비무장지대에 공원을 만들자는 말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에 동의하며,

자꾸만 씁쓸해지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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