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간선언 - 증오하는 인간, 개정판
주원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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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권력의 만남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문자 그대로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결탁의 역사.

막강한 경제력이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던 시절엔 대의를 위해 작은 것(?)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국가발전이 더이상 대의가 되지 않을 땐 관행으로 불렸다.

자본과 권력의 결탁을 문제삼아

검은 커넥션, 부정부패라 하여 수면 위로 떠올라 공론화되고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파장의 방향, 크기, 결을 결정하는 것도 알고보니 그들이었다.


뻔한 이야기.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 더러워진 거 닦아내면 끝 아닌가, 무기력감만 보태는 그런 주제.

그런 주제로 진부하지 않은 창작물로 탄생한 소설, 반인간선언.




 



민주화운동을 했던 과거의 사람들, 국회의원, 재벌그룹 관계자, 교수, 형사, 노조위원장, 종교인, 동성애자.

등장인물의 면면이 화려하다.

화려한 인물의 집합체 한가운데 정상훈이 존재한다, 신체의 일부만 하나씩 돌아오는 시체로.

그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드러나는 뒷이야기는 인간이 아님을 자처하는 반인간선언 그 자체.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의 원작소설이라는데 큰 각색 없이도 드라마로 만들어졌겠거니 짐작이 가능할 정도로

책 자체의 속도감이 어마무시하다.

사건의 당위성이나 인물간 관계에 대한 설명이 모자랐지만 그것이 아쉽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읽힘.

무거운 주제를 추리물로 만들어 무게를 덜어낸 점도 좋았고, 충격적인 결말도 맘에 들었다.

덕분에 책을 덮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지만. ㅡㅡ;;


우리는 몇몇 영웅이 악을 제거하는 영웅 이야기에 열광한다.

더럽고 추악한 세상, 가상에서라도 통쾌하게 악을 응징하고픈 열망의 산물이겠지만

현실에서 나타는 몇몇 영웅은 용감하게 세상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을 내던진 희생을 통해 마음을 움직인다.

반인간선언은 몇몇 영웅이 주는통쾌함을 버리고 철저하게 현실에 기반을 둔 '희생'의 이야기.

그 이야기가

인간이 아닌 짓을 일삼는 이들이 스스로 내뱉는 반인간선언인지,

인간이 아닌 짓을 일삼는 이들에게 철퇴를 가하자는 반인간선언인지,

스스로 판단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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