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 - 1996 보스턴 글로브 혼북 대상 수상작 상상놀이터 8
애비 지음, 원유미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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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는 암컷 생쥐다.

숲에서 사는 파피네 일족은 부엉이 오칵스의 통제 아래 있다.

들판으로 이동할 때조차 먼저 오칵스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지 않는 대신,

쥐를 잡아먹는 고슴도치로부터 보호해준다는 명목.

고슴도치를 실제로 본 적이 없는 파피 아버지는 부엉이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고 그 믿음을 자손에게 가르친다.

의심이란, 고개도 들 수 없는 상황.


부엉이 오칵스에게 눈 앞에서 친구를 잃은 파피의 두려움,

늘어난 가족으로 먹을 것이 없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 파피네 가족.

이사를 준비하며 부엉이에게 허락을 구했으나 일언지하 거절당한 막막함.

결국 파피는 홀로 이사 예정지인 뉴하우스로 떠나게 된다.


파피네 가족은 고슴도치가 쥐를 잡아먹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부엉이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보았음에도 부엉이가 아닌 고슴도치를 두려워 한다.

눈 앞에 보이는 사실보다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그들.

규칙을 지키지 않았으니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여기는 그들.

부엉이의 안정적인 먹이 공급을 위해 쥐들의 이동을 막지만 의심조차 못하는 그들.

실체없는 믿음을 대를 이어 가르쳐 신념과 확신으로 전승하는 그들.

결론적으로 파피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만!!!!

나는 파피가 아니라 "그들" 만 눈에 들어온다.


작가는 1937년 생이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사람들이 '민중'이 되고 '시민'이 되기 위해 목숨을 내놓던 시절을 오롯이 살아냈겠구나.

지금은 그런 시절도 아니건만 세상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그 시절엔 영웅이라도 나왔지........


파피가 흔히 말하는 영웅적 자질을 갖추고

세상에 맞서 불합리함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나섰더라면

오히려 아무 감흥도 없었을 것 같다.

너무 평범하고 겁 많고 등 떠밀리듯 살기 위해 길을 나섰기 때문에 마음을 흔든다.

견고한 그들의 벽을 뚫고 나온 평범함과 미약한 힘.

그런 힘이 모여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이리라.


동화책인데 아이들 입장이 아닌 - 온전히 내 책으로 읽었다.

모험 이야기면서 변화를 이끌어낸 용기있는 인물을 다뤘으나 가슴이 묵직했던, 파피.

초등 고학년 이상이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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