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독자의 여행 - 형과 함께한 특별한 길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리나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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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 제일 곤난하다.

내가 기억하는 리뷰를 쓰자면 책  내용 모두를 공개해야 하는데,

전체공개되는 블로그에 내용을 다 써버리면 

누군가 이 책을 읽을 때 구성의 묘미나 반전을 느낄 수 없지 않는가.

나를 몹시 곤난하게 만든 책, 일중독자의 여행. ㅠㅠ


 

저자는 굉장히 유명한 소설가라고 한다.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도 많은데 영화마저 성공을 거둔 흥행보증수표.

그의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분명 재미있을 거라 확신한다.

이 책 한 권으로도 탁월한 이야기꾼 능력이 드러나다 못해 넘쳐날 지경.

매끄러운 번역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또 한 번 깨닫기도 했고.


저자는 형과 세계 여행을 떠난다.

오지를 탐험하며 자연의 위대한 힘 앞에서 현대 물질문명사회에서 일중독자로 살아왔던 자신을 반성하는 것은 물론

형제애를 쌓는 과정을 기대한다면 제대로 된 반전 앞에 웃음이 터지고야 말 것이다.

이 형제는 패키지 여행을 갔으니깐.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고된 일정에 지치고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어 모른다"는 설명으로 일관된 가이드 앞에 무기력해지며

봐도 봐도 끝없는 박물관 항아리에 더욱 피곤한데다

가난에 찌든 도시를 보며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생경함을 목도한다.

패키지 여행을 다녀본 사람은 십분 이해해서 더욱 재미있는(?) 여행 스토리.

그러나 여행은 형제의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중요한 건 형제가 살아온 인생.


저자는 아이가 다섯이다.

다섯 아이를 홀로 돌보는 어려움을 감내하며, 아내는 남편과 남편의 형이 함께 떠나는 여행을 흔쾌히 승낙한다.

오히려 떠나지 않으려는 남편을 설득하기까지!!!

'이거 너무 아름답게 작위적으로 시작하는 거 아냐' 라고 실망했으나

후반부엔 '나였어도 여행 가라고 했겠구만' 이라며 납득하게 된다.

에세이에서 보기 드문 역순행적 구성. ㅎㅎㅎ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왔다 갔다, 중요한 핵심은 모두 뒷부분에 배치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어지는 포인트.

일중독자의 면모는 찾을 수가 없는데 '일중독자의 여행'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부분도 읽을수록 이해하게 된다.

대개의 에세이가 앞부분이 눈 튀어나오게 재미있다가 중간부터 미묘한 반복으로 기운을 빼는데

얘는 기운 빠지는 부분이 전혀 없다.

오히려 뒤로 갈수록 힘을 받으며 형제가 처한 상황에서 여행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또렷하게 드러난다.

흥행보증수표 소설가의 필력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새로운 에세이.


그들이 겪은 인생 굴곡은 또 어쩔 것인가.

'말도 안된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슬픔이 줄을 잇고, 슬픔 앞에서 그냥 그렇게 또 살아간다.

아픔을 극복한다느니, 그것이 성장의 자양분이 되었다느니 이딴 소리로 포장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간다.

시간이 지난다고 아픔이 사라지는 건 아니더라는, 그러나 우리는 또 살아야 했다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평범한 답안지를 내놓아 더욱 공감할 수 있었던, 일중독자의 여행.


탄탄한 구성.

번역서같지 않은 훌륭한 가독성.

소설같은 재미를 두루 갖춘 훌륭한 에세이.

시시껄렁한 말장난같은 에세이보다 28만 배는 더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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