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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님
히라이데 다카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평점 :
책을 읽다 두 번이나 앞 표지를 훑어봤다.
'이거 소설 맞아?'
아무리 봐도 에세이같은 소설, 고양이 손님.
'고양이 손님'은 학창시절 읽었던 한국 단편소설같다.
잔잔한 구성에 묘사가 많아서 '메밀꽃 필 무렵'을 읽는 느낌.
번개골목이라 불리는 골목과 집 구조, 정원을 정성들여 세심하게 묘사하는데 이것때문에 학창시절 국어시간 소환했으나
골목과 정원을 통해 드나드는 고양이 손님을 기다리고, 맞이했던 기억의 단편들이라
허구라는 것이 들어선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총 스물아홉 개로 이뤄진 이야기는 장편이지만 챕터별로 작은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읽히기도 금방 읽힌다.
옆집 고양이가 손님처럼 드나든다.
고양이의 거처를 마련해주고 간식을 준비하고, 우리 집에 와서 잠도 자지만 '내 고양이'가 아니다.
싸움박질로 얻은 상처를 와서 보여주긴 하지만 치료는 꼭 자기 집에 가서 받는 고양이.
고양이의 부재를 견디지 못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애정을 쏟았지만 그는 끝까지 "손님"으로 남았다.
안채의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애정을 쏟고 마음을 나누고 정이 들어도 언젠가 헤어져야 하는 삶.
사람도 짐승도, 보기 좋았던 안채의 정원과 골목, 느티나무까지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인생.
안채 할머니의 가르침대로 "항상 티내지 않는 배려 속에서 자연스럽게 행동" (72쪽) 하면서,
우린 손님처럼 다녀가고 손님 맞이하듯 배려하며 사는 것이리라.
골목에 살았던 추억이 있는 나는.
골목이 주는 따뜻함과 안정감을 기억한다.
옥상을 통해 연결되었던 옆집과, 한 지붕 아래 모여 살던 여러 가구의 삶도 안다.
고양이를 통해 들여다보게 된 골목 안 풍경.
그곳에 내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들어 있어서
내가 싫어하는 묘사를 잔뜩 풀어놨음에도 불구하고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던, 고양이 손님.
단순 고양이 이야기가 아니니 고양이 이야기에 지친 분도 겁내지 마시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