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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평점 :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의 작가 김신회의 신작이다.
전작이 너무 좋았어서 일부러 챙겨 읽는 작가의 에세이.
이번엔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로 돌아오시었다.
원래 세상이 그렇지.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고,
내가 없어져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잘 돌아가는 거지.
세상에겐 너무도 하찮은 '나' 의 소소한 깨달음의 시간을 담은 이야기.
김신회 자신이 아무것도 안 할 때의 이야기를 써서 그런 것일까?
웃음기가 싹 빠지고 진지하다.
타의 (내 의도가 아니라면 천재지변도 타의라고, 내가 정의내림)에 의해 일없이 쉬게 된 상태.
바쁘게 살았던 사람은 안다.
갑자기 시간이 넘쳐나면 맘을 잡을 수 없어 허둥대고, 허둥대는 나를 보며 심난해진다는 것을.
생산적인 일을 해내지 못하는 내가 한없이 초라해보이니 예민해지는 순간,
인간관계도 하나씩 삐그덕거리기 시작하는 총체적 난국의 시기.
그런 시간을 담고 있다.
인생의 교훈을 전달하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극복했으니 너도 해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으니 희망을 갖고 다시 도전하자고, 나 자신을 사랑하라고 노래하지도 않는다.
담담하게 하루의 삶을 쓰고 흘러가는 생각을 잡아둔다.
그렇게 나이 먹어가고
세상과 주변 사람을 받아들이는 소소한 이야기.
- 완벽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사람을 소진시키는 것. (47쪽)
- 상대방을 생각해서 베푼 호의는 결국 본전 생각을 몰고 온다. (67쪽)
-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귀가 닫힌다. (140쪽)
- 정체성은 우겨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묻어나는 것이다. (204쪽)
- 마음은 액체다. 가고 싶은 대로 흐른다. (208쪽)
내가 좋아하는 자조적 웃음 코드가 빠져서 섭섭하기 짝이 없었던,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다음엔 발랄하게 스스로를 디스하는 모습으로 돌아와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