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정록 - 조선군 사령관 신류의 흑룡강원정 참전기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22
신류 지음, 계승범 옮김 / 서해문집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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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정록.

처음 듣는다.

흑령강 원정 참전기라는데 흑룡강 원정은 무엇이더냐.

내용은 생소한데 책 표지는 익숙하다.

소장중인 징비록과 같은 출판사.

의도치 않게 나의 책꽂이는 자꾸 전집화 되어간다. ㅎㅎㅎㅎ


흑룡강원정 참전기라는 북정록은 책을 펼쳐봐야 낯선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미 구닥다리가 되버린 내게 익숙한 '나선정벌'.

나선정벌이라고 쓰인 것을 확인하는 순간 '아~ 그거!!!' 라며 무릎을 친다.

청나라가 파병을 요청해 조선 군대가 러시아를 정벌하러 나선 기록.


책은 굉장히 얇다.

역사 기록물임에도 불구하고 앉은 자리에서 무리 없이 다 읽을 정도의 분량이고 가독성 또한 좋다.

북정록 본편에 들어가기 앞서 옮긴이가 쓴 '북정록에 대하여' 에 이미 밝힌 것처럼

중고등학생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매끄러운 문장에 감탄할 정도.


내가 감동에 감동을 더해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하게 만든 부분이 바로 "북정록에 대하여".

옮긴이 계승범 님이 쓴 글이다.

역사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팬시화시킨 현 세태를 경계하며 1차 사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1차 사료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왜 그것이 중요한가 하신 말씀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끄덕.

200 % 공감할 수 있었다.


내가 몰랐던 것을 배우는 기쁨,

부유하며 떠도는 나의 잡다한 지식이 한 꼬치에 꿰듯 정리될 때의 희열,

귀에 쏙쏙 박힐듯 논리정연하고 설득력 있는 문장과의 만남.

결국 새벽까지 앉아 완독하고 만다.​

 


북정록 본편이 시작되자마자 웃음이 터진다.

초반엔 날짜와 날씨만 한가득. ㅎㅎㅎㅎ

전쟁통에 이런 기록을 남기신 '신류'는 여러 모로 매력적인 인물이다.

자신의 욕심때문에 적군 배에 불을 지르지 못하게 해 사상자를 늘어나게 하는 청나라 대장을 보며,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아픈 환자를 전쟁터로 내보낸 관리를 보며,

사망한 병사, 추위에 떠는 병사를 보며,

군량미는 내어주지 않고 본국에서 가져오라, 전투도 없는데 돌아가지 못하게 붙잡아 두는 행태를 보며,

그가 감내하는 분노와 애달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약소국의 비애라 여기며 넘어가지지 않는 내 조국의 역사.

씁쓸함이 한 보따리.

신류라는 장수와 계승범이라는 사학자와 북정록이라는 책을 알게 된 기쁨 한 보따리.

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함께 온다더니 북정록도 둘을 함께 데려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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