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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ㅣ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평점 :
친구의 추천으로 만나게 된 책.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처음 책을 건네받았을 때는 이 범상치 않은 제목 때문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미 여러 권, 그 친구가 추천한 책 치고 괜찮지 않은 것이 없었기에 망설임 없이 책장을 펼쳤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재준이의 죽음과, 재준이가 남긴 일기장이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재준이와, 이제는 재준이가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이 재준이와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유미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하필 죽은 재준이의 일기장은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라고 시작한다. 그 덕분에 재준이의 엄마가 차마 다음 장을 펼치지 못한 채 유미에게 일기장을 읽어주기를 부탁한 것이다. 일기장을 받아 든 유미도 처음에는 책장을 넘기기 힘들었지만,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의 일기였다.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놀이.
재준이는 하루하루 그 놀이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있었고, 그것을 고스란히 일기장에 담았다.
재준이가 진짜 죽음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라서 다행이긴 한데, 자신의 죽음을 가정하고 했던 생각들, 느낀 점들이 하나같이 자신이 없는 '지금'을 묘사한 것 같다. 마치 하늘나라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누구나 한 번쯤 '죽음'에 대해 생각하듯, 나 또한 그랬다.
힘든 일이 있거나 누군가 나를 못잡아 먹어 안달일 때. 죽고싶다거나 내가 죽고 없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 했었다. 나의 소중한 누군가가 죽고 없다면? 하는 슬픈 상상도 해봤다. 그럴 때 마다 남은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이 떠올라 그만두는 일이 많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도 다시금 그런 것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눈물이 났다.
그런데도 이 책을 덮지 않고 끝까지 읽은 건,
눈물이 날 만큼 슬프고 가슴아픈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진짜로 재미있다. 그런 놀이를 즐겼다는 재준이가 기발하기도 하고, 어른스러운 생각들이 기특하기도 하고. 재준이의 삶을 이해해가는 순간순간이, 결코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들었다.
슬픈 생각들을 떠올리게 하는 슬픈 이야기였지만, 책을 놓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마치 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도 끝까지 '삶'을 놓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