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지막 말들
박희병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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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엄마는 무한히 어렵다가도 고마운 존재다. 나와 너무 다른 엄마를 이해하고 싶어서 또 그런 엄마가 나를 이해해줬으면 해서 많은 에너지를 쓰며 살았다. 이 과정이 쉽지 않아서 훗날 내가 만약 자식을 낳게 된다면 그가 나를 이해하는데 힘쓰지 않기를 바랐다. 이 세상에 그나마 재미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사랑하는 일에 더 많이 애쓰기를 바랐다.

나는 엄마의 죽음이 두려웠다. 엄마는 죽음을 앞두고야 내게 미안하다고 할 것만 같았고 그건 내게 오롯이 죄책감을 남을 것 같았다. 엄마는 가족에게 고맙다는 말이, 미안하다는 말이 왜 필요하냐고 말하곤 했다. 그럼에도 나는 죽음을 앞두고서야 가족에게도 하고 싶어지는 그 흔한 말을 평소에도 나누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외에 어떤 말들이 있을까?

책 한 권 분량의 <엄마의 마지막 말들>은 어떤 걸까, 호기심이 들었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을 받으면 기간 내에 서평을 써야 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또 엄마랑 크게 갈등이 있었고 이 때문에 상담을 받기도 했다. '엄마'라는 단어도 꼴보기가 싫었다. 자세한 사정을 구구절절 전하지 않았는데도 출판사 측에서 늦더라도 작성만 해주시면 된다고 친절히 답변해주셨다. 덕분에 이 책과 연말에 함께 했다.

#창밖에 머무는 시선

비가 오나?

저기 꽃이네.

저기 나무에 감이 달렸다.

이게 올해 마지막 눈인갑다.

책은 어머니의 말을 아들이 사유한 내용을 담는다. 어머니는 말기암과 알츠하이머성 인지저하증을 앓고 있고 아들은 약 1년 동안 휴업하고 어머니에게 전념한다. 아마 병실에 환자복을 입고 누워있을 어머니는 창밖을 통해 병원 밖의 세상을 본다. 비와 꽃, 감과 눈을 본다. 그러다 어느 날은 아들에게 '주삿바늘 이런 거 다 뽑고 니캉 내캉 여기서 나가자'고 한다.

#병실에 머무는 시선

늙으나 젊으나 전다니 물건 덩어리다.

저 할마시는 코에 뭘 하고 늘 누워 있다.

무슨 병이 그리 많노. 전다지 아픈 사람이다. 골치 아프다.

저 앞에 누워 있는 아가씨 진땀을 흘린다. 니가 가서 좀 닦아줘라.

어머니의 시선은 창밖에서 병실로 돌아온다. 병실에는 아픈 사람들이 많고 그들과 그들의 병을 헤아리다보면 어머니는 자신의 아픔과 그 아픔을 견디고 있는 몸을 느낀다. 이 대목을 읽으며 문득 공감능력에 대해서 생각했다. 흔히 병원에 가면 더 아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다른 이들의 아픔에 대한 공감으로 나의 병 또한 깊어진다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

이 닦았나?

옷 좋네. 잘 샀다.

춥다. 목도리 하고 다니라.

머리가 더부룩하네. 다음에 올 때 깎고 온나. 보기 흉하다.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아들은 중년이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어린 아이 챙기듯 이런저런 말을 건넸다. 어머니는 자식의 얼굴에서 아기였을 때 모습을 찾는다는 말도 떠올랐다.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대목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이들을 젊은 엄마와 어린 아들로 상상하곤 했다. 배경이 병원이어도 둘이 함께 하는 그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밖에도 소개하고 싶은 시선이 많지만....

다 개인적으로 한 분류이다. 책에는 이렇다 저렇다할 분류가 없다. 처음에는 어떤 흐름에 따라 적은 건지 조금 궁금했으나 나중에는 파악하고자 하는 그 마음을 내려놓고 읽었다. 그럼에도 하나 아쉬운 것은 어머니가 오가신 병원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는데, 다 다른 병원이라 그것에 대한 이해는 조금 어려워 분류가 있었으면 했다.

#창비

#박희병

#엄마의마지막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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