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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만세! ㅣ 힘찬문고 47
이현 지음, 오승민 그림 / 우리교육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남보다 더 먼저, 남들보다 빨리'는 우리 머리 속에 항상 박혀있습니다.
먼저 배워서 남들보다 잘하자는 것이 교육의 목표입니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기준표에서 당락이 결정되니, 아이들은 학교로 학원으로 다시 학원으로 아이들은 쉴 틈 없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왜'가 아닌 '어떻게'가 중요한 지금 아이들은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현 작가는 이전 작품 '짜장면 불어요'에서 중국집 배달부 기삼이를 통해서 '빨리빨리'에 빠진 우리사회와 이 시대를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평범한 가정에서 어린 아이들에게조차도 '빨리빨리'를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기삼이는 그 속도를 매꾸기 위해 위험하게 오토바이에 속력을 낸다고 했습니다. 그 속도에 중독되어 밤에 폭주를 뛴다고 했지요. 그리고 학교에 다니는 ‘장수와 혜수’같은 아이들은 학원, 과외, 몇 개월짜리 영어 해외연수를 다녀와야 합니다. 너무 힘이든 아이들은 그 속도를 견디지 못해서 자살을 결심하기까지 한 것입니다.
특수목적고라는 것은 취지와는 다르게 명문대에 갈 아이들이 모임이 되었습니다. 그 학교에 가기위해 중학교부터 아니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입시를 준비합니다.
이번 '김포외고 사건'을 보면서 어른들의 남보다 잘되려는, 좀 더 빨리 편하게 해보려는 이기심 때문에 아이들이 피해를 당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번 사건은 수험생이 아니라 학교 교사와 사설학원원장이 손잡고 저지른 일입니다. 학생들이 이로 말미암아 혜택을 봤을지 모르지요.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외국어고 입시 과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외고 대비 사교육 열풍이 초등학교까지 번지고, 학원들은 학생을 끌고자 온갖 편법`불법을 저질러왔습니다.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요? 사실 작가도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는지도 모릅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교육'은 교육부만이 아니라, 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같이 나서야 하는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들은 그 복잡한 틈바구니 속에서 힘들어하다, 경쟁자의 공책을 몰래 태워버리는 그릇된 경쟁을 배우게 됩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작가의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는 애처로운 시선은 작품 곳곳에서 여실히 나타나 있습니다. 남보다 느리거나, 간절하게 느려지고 싶은 아이들을 보듬어 주고 있습니다.
결과만 중요시하고, 과정엔 상관없는 지금의 풍조에서는 계속 사교육이 판을 칠 것입니다. 간판과 선전만 바뀐 다른 학원들이 생겨나겠지요. 그것은 아이들이 원하는 바는 아닙니다. 아이들은 좀 쉬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장수처럼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자유로워 질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