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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쑤기미 - 멸종을 사고 팝니다
네드 보먼 지음, 최세진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물의 멸종을 내 손으로 좌지우지 하는 세상”
* 이 리뷰는 출판사 황금가지에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의 세계관은 기후 변화로 인해 인간의 의식주는 타격을 입고, 동물들은 멸종한다. 인간이 매일 태어나는 것만큼이나 매일 최소한의 종들이 그와 비례하게 멸종됐다. 사람들은 생각한다. 무엇에 우선을 둘 것인가. 그들은 고민 끝에 지적인 종을 잃는 것이 가장 중대한 손실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사람들은 자유 시장적 해결책이 가장 공정하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즉, ’멸종 크레딧‘ 이라는 제도를 도입하여 멸종시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크레딧을 통해 멸종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동물의 존속 여부가 사실상 인간의 추악하고 이기적인 마음으로 결정되는 것에 반발하는 이는 없었다.
멸종 크레딧의 사용방법은 다음과 같다. 지구상에서 멸종 시키고 싶은 종이 있다면 한 개의 멸종 크레딧을 제출한다. 다만 동물 인지 능력 전문가가 지능이 있다고 말한 종은 한 개가 아닌 무려 열 세개의 멸종 크레딧을 제출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겠는가? 답은 뻔했다.
세계멸종위원회는 매년 일정한 수의 멸종 크레딧은 무상으로 배분하고, 나머지는 경매로 사고 팔 수 있도록 했지만 그들의 최종목표는 공급을 줄이고 시장 가격이 구매할 수 없을정도로 치솟으면 사람들이 크레딧을 사는 대신 멸종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과적으론 실패했다.
바이오뱅크 건이 ‘멸종’에 대한 정의를 급진적으로 바꾸려고 시도했다. 어떤 종이 지구상에 살아 있는 개체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더라도, 소위 ‘복합 보존’의 대상이 되는 한 멸종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바이러스로 인해 데이터가 모조리 삭제되는 일을 겪는다.
세계멸종위원회는 매년 일정 갯수의 크레딧을 무상배분하고, 나머지는 경매로 부쳐 살 수 있도록 했다. 세계멸종위원회가 원한 건 공급갯수를 줄이면 시장가가 오를테니 사람들이 동물을 멸종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사람들은 차액으로 자신의 배를 채우기에만 급급했다.
사람들은 파괴에 거리낌이 없었다. 누군가는 막아야 했고, 주인공인 카린은 그 상대가 동물이 되길 원했다. 인간이 대가를 치르려면 멸종 위기에 몰린 종, 멸종에 몰린 자신의 처지를 실제로 이해하는 종, 복수를 원하는 종을 찾아야 했고, 그것에 모두 부합하는 종이 바로 독쑤기미라는 물고기였다.
카린은 동물이 인간을 한번쯤은 이기길 바랐고, 핼야드는 회사 몰래 회사 지분의 크레딧을 몰래 사용하고 있던 이상 카린이 독쑤기미를 지능이 있는 종으로 인정하여 열 세개의 크레딧을 사용하게 둘 수 없었다. 결국 카린과 핼야드는 독쑤기미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정반대의 목적을 가진 채로.
멸종 크레딧이라는 제도가 도입된 것에는 인간이 동물보다 낫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에 가능했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자본만으로 동물의 멸종의 존속여부가 달리는 상황에서 그들이 과연 동물보다 ‘지적이고’ ‘나은 생물’인가 물어본다면 그건 결코 아닐 것이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우리가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은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우리가 이 상황에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모두가 조금은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이 이상 자연이 심하게 훼손되는 속도는 조금은 늦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자신이 이 지구상에서 가장 지적이고 합리적인 동물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