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이유는 고블 씬 북 시리즈
곽유진 지음 / 고블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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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모든 것이 멈춰 있다. 시계가 멈추었고 기계가 멈추었고 전기가 멈추었다. 인간들이 살아가던 소음 속의 도시는 회색 눈이 끊임 없이 내리는 침묵만이 감도는 도시가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소녀와 할머니가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할머니와 달리 소녀는 도시가 활발했던 삶을 살지 못했기에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에는 엮어지지 못한 구멍이 있었다. 우리가 당연히 알고 누리고 있는 것들을 소녀에게 설명해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야기’라는 것을 모르던 소녀가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된다. 그들이 여정을 떠나는 동안 할머니가 소녀에게 들려주는 모투나와 포스틴의 이야기. 그리고 그 영화같은 내용이 그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에 또 다른 갈래를 만들어낸다. 책의 제목처럼 ‘우리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이유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의 틈을 메워주고, 각자가 잊고 있거나 잃어버렸던 기억이나 감정을 불러 일으키며 때에 따라서는 위로와 용기를 받기 때문일 것이다. SF라는 거대한 장르 속에 ‘이야기’라는 소재가 접목된 이 소설은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과는 차별화된 이야기 전개방식으로 나를 끊임없이 소설 속 인물들에게 질문하며, 나도 모르게 이야기를 읽으며 진실과 허구를 구분짓고 있었다. 다만 이야기의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어느순간 그들에겐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엔 침묵만이 감도는 이 황폐한 도시를 깨뜨린 소음이 이야기를 만들고 그들에겐 삶이 되었을 테니까.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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