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홍은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 속에서 마음은 언제나 탈출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탈출을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처한 지금의 상황이 나를 힘들게 하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때 그냥 주저 앉고 싶다는 생각을 할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잠시 머릿 속을 맴돌다 사라지고 힘든 일상 속으로 다시 돌아오고 만다.

이런 내 자신을 잠시 동안이나마 일상에서 탈출하게 만들어 준 책이 바로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이다.

 

자동차도 아닌 오로지 두 바퀴를 열심히 굴려서 나아가는 자전거 한 대로 넓은 미국 땅을 가고 지르는

대장정에 도전한 글쓴이가 부럽다.

꼭 필요한 물건만 챙겨야 하는 여행자의 철칙 앞에서 버리지 못하고 이것저것 챙긴 짐이 40kg이라는

삶의 무게로 태어난다.

하지만 인간이 살아가면서 하나 둘 마음을 비우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에는 빈 손으로 생을 마감하듯이,

글쓴이도 여행을 계속하면서 짐의 무게가 점점 줄어든다.

줄어든 짐의 무게 만큼 몸과 마음도 가벼워지고 영혼은 맑아져 온다.

 

미국을 가로지르는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진지한 이야기를 듣고

잠시동안이지만 그들의 인생속으로 들어 가기도 한다.

때로는 화물차들의 위협과 고속도로상에서 자동차들의 냉대 속에서도 자신만의 페이스를 이어 간다.

힘든 상황이 주어질 때 마다, 도전의식이 강해지는 것을 자신도 느끼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운다.

한 도시를 거쳐 갈 때 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어떤 젊은이는 대학 졸업을 기념하기 위해서 페달을 밟고, 어떤 이는 빈곤과 문맹 퇴치를 위해서 또는

실명 퇴치를 위해서 자전거 여행을 한다고 한다.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하고 세계를 일주한 최초의 인물은 토머스 스티븐스 라고 한다.

그의 세계일주는 마젤란의 일주 못지 않은 기념비적인 업적으로 치고 있다.

자전거가 장거리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토마스 스티븐스에 버금가는 또 다른 자전거 영웅은 마가렛 발렌틴 르롱 이다.

롱은 1896년 시카고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자전거로 혼자 여행했다고 한다.

이 대단한 사건으로 인해 자전거가 보편화 되면서 치마가 짧아졌고, 여성들은 남성들 처럼 바지를 입게

됐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자전거의 혁명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눈을 뜨면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가장 많이 접하는 나라가 미국이지만, 도시 하나하나에 얽힌 역사라든가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은 잘 모르고 있었다.

지은이와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그가 느끼는 정서도 있지만, 나름대로 혼자만의 느낌도 있었다.

때로는 도시의 이름이 낯설기도 했지만 훌륭한 솜씨로 찍은 멋진 풍경이 담긴 사진들이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 주어서 좋았다.

어려움 속에서도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목적지 까지 도착한 지은이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언젠가 다시 떠날 목적지가 어딘지 모르겠지만, 그때도 어디선가 다시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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