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누의 집 이야기
이지누 지음, 류충렬 그림 / 삼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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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누의 집이야기>를 읽기 며칠 전에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월든>을 읽게 되었다. 소로우가 실험적으로 월든 호숫가의 숲속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2년간을 살아보고 쓴 아름다운 수필이다. 그는 오두막을 어떻게 지었으며 재료는 무엇을 썼으며, 비용은 얼마가 들었는지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기술해 놓고 있었다. 집이란 어떠해야 하는가? 인간에게 집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런 것들을 다시 생각케하는 글이었다. 

 이책을 다 읽고 나니 아련한 추억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60년대에 아담한 한옥에서 태어났고, 70년대에 도시로 이사와서 자그마한 단층양옥에서 살았고, 80년대초 고등학생이 됐을때 편리를 쫓아서 아파트로 이사했고, 결혼을 해서  지금까지 아파트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 내가 태어난 집은 아담한 기와집이었다. 그 집에서 그리 오래 살지 않았지만 어린시절을 떠올릴때면 언제나 그 집 마당에서 놀던 생각, 사랑채 뒷?마루에서 동무들이랑 소꼽놀이를 하던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나도 경상도 사람이라 이지누 선생님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닿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통시가 우리집에도 있었고, 정지라고 불렀던 부엌이 있었으며, 사랑채 옆에 소죽을 끓이던 가마솥이 걸린  아궁이가 있었고, 그 너머로 디딜방아와 외양간이 있었다. 사랑채에서 소죽을 끓이는 이유를 한번도 생각해 보지않았었는데 이글을 읽으면서 불을 합리적으로 사용한 우리 선조의 지혜라는 것을 깨달았다. 새벽에 한번 저녁에 한번 소죽을 끓이면서 사랑에 군불을 넣었던 것이다.

집 구석구석이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하루 종일 집안을 헤집고 놀아도 지루하거나 시시하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이 창의력이 없고 집중력이 없는 이유가 뭘까? 너무도 단조로운 가옥 구조 때문은 아닐까? 

 지나치게 냉난방이 잘 되는요즘의 집은 감각마저 떨어뜨리고,  저항력까지 떨어지게해서 아토피가 성행하는 건 아닐까?

이책을 쓰신 이지누 선생님은  우리 것을  참으로 사랑하시는 분이란 걸 느꼈다. 글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은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말을 아름답게 쓰려는 부단한 노력인 것이다.

글과 곁들여진 예쁘고 정감어린 그림은 이 책을 더욱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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