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문학과지성 시인선 207
최두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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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라는 제목과 같이, 이 책은 꽃에 대한 묘사시가 많이 들어있다. 그 묘사는 서정적이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 면보다는 투쟁적인 면이 잘 드러난다. 이 책은 『성에꽃』에서 보여주던 사회비판 정신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았다. 해당화, 개나리, 심지어 국화인 무궁화에서도 그 정신은 지속된다.


새삼스레 경상도나 전라도

지역감정의 도랑을 판 자 누구인가

―「해당화」중에서


온몸의 숨구멍마다 꽃을 피우는

개나리 꽃잎엔 최루탄 가루가 묻어 있다

―「개나리」중에서


그의 시는 「성에꽃」에서 본 것처럼 미국에 아주 비판적이다. 「해당화」에서 지역감정의 도랑을 판 정치인들을 연상하며, 개나리에서 열광적으로 시위하는 청춘들을 떠올린다는 것, 「망초꽃밭」이라는 시에도 그런 사고가 들어있다. 그 시의 묘사는 처음부터 아름다운, 사람들의 정경을 그려주고 있지만, 결국은 강자에 희생당한 사람들의(미국에 희생당한 인디언의) 모습으로 끝을 맺고 있다. 요즘 비판을 많이 당하는 박홍 교수에 대한 시도 있다. 이 시인의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뭐, 시인의 투쟁정신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대꽃』부터 그의 시를 봐왔지만, 잡혀가지 않았을까 걱정될 정도로 엄청난 비판의식을 자랑하는 시인이다.

 

결국 사람들 사이의 꽃은, 즉, 아름다운 모습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어두운 장면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어두운 면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거북이」, 「경포에서」, 「함동정월」, 「나비」등의 시와 같은 곳에서는 슬쩍 서정적이거나 비판적이지 않은 모습을 슬쩍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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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게 길을 묻는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273
최두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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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에는 늘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지독하게도 싫어했었던(지금은 별로 아니고...), 사실을 그대로 풀어놓은 것 같은 서술성(해설에서 나왔듯 미식가에게는 별로 볼것이 없는=>내가 미식가라는 뜻은...아닐 듯.)과

책 평의 말마따나, 사회성이었다. 

꼭 좋은 방향이라고 말하는 것이 우스운 것이지만, 일견으론 그의 사회를 향한 치열함이 조금 다운된 것이 아닌가 싶다.

미디어 리뷰 속에서 말했듯, 사회에 대함보다는 사물 속의 발견이라고 말을 한다. 내가 그 사고를 못읽고 있는 건가? 사물에서의 사고 발견보다는 찬탄이 섞여있는 것으로 읽힌다.  「매화와 매실」같은 좋은 작품도 있다. (2004 좋은 시가 아니었으면 그게 무슨 소린지 몰랐을 거다...) 역시 생각이 아직 많은 깊이로 치닫지 못한듯 싶다.

 그래도... 그의 시는 대꽃과 성에꽃이 좋지 않았는가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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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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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레 하는 말은 아니지만, 일본 현대문학은 (최근에 읽었던 인간실격을 제외한다면) 심지어 하루키도 집에 쌓아놓고 읽어보지 않았다. 일본현대문학은 사실상 이 책이 처음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처음 치고 느낌이 좋았다.

소년의 이름은 루트다, 시시한 것 혹은 마이너스 루트 1같은 '없을 수도 있는 것'에도 의미를 붙여준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박사는 그를 애지중지하지만 80분이면 그가 누군지 모른다. [파출부의 아들 (혹은 자신의 아들)]이라는 수식까지 달아줘야 한다.

박사가 가장 사랑한 것은 소수였다. 어떠한 질서 속에서 설명할 수 없다고 하는, 그래서 나는 박사가 피터팬을 꿈꾸는 사람, 즉 이상을 꿈꾸는 현대인의 형상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는 외국인 용병의 난립으로 투수가 수난을 겪는 이 시대에 에나쓰를 계속 불러댄 것이다. 혹은 그 투수가 자신이 되어 마음껏 강속구를 날리자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는 학자에 불과했다. 더욱이 몸은 60대였다. 그런데
천재 투수 에나쓰가 현역으로 있던 시대의 기억에서 멈추었다면, (그 이유가 우연한 사고로 인한 기억력의 상실이라고 해도)현대인에게 그것이 병이라기보다는 약은 아닐까? 과거에 대한 향수, 그것이 말이다.  

하지만 힘차게 달리고 결과를 맺는 야구선수가 있을 뿐이다. 루트가 사는 현실에서 한신 타이거스는 가메야마가 (에나쓰 이후로 나오지 않은)노히트 노런이라는 꿈을 다시 가지지만,  8회에 이름도 모르는 대타에게 깨져버리는, 말 그대로 꿈이었다.

갑자기 랜디 존슨이 생각나는 이유는? 그가 꺽다리라서? 아니, 그도 현대인이었다. 슬럼프 심하면 투구 난조가 이어지고, 게다가 투수 인생의 끝이라는 40대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메히아라는 시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런 구절이 있다.

멕시코와 푸에로토리코와 쿠바 출신의 운수 좋은 메이저리거들도
타석에 서면 구부정하게 허리 굽히고
꼭 말타는 자세로 방망이를 든다

---------메히아, 김재홍(중앙신인문학상 당선작) 중에서

그 둘은 아무리 현대에서 적응을 잘 하는 사람이라도 실수는 당연하고, 기회가 오면 누구든지 긴장하고 힘들어하는 현대적 인간인 것이다. 랜디 존슨과 에나쓰, 그 둘은 모두 '멍청히 있다가는 얻어맞고 마는' 칼날 선 현대의 사회와 상치되는 '경기'에서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사람들인 것이다. 하지만 노히트 노런(일명 퍼펙트 게임)은 어느 누구라도 쉽지 않은 과제다. 8회까지 버텼지만 결국 노히트 노런이 깨져버린 '가메야마'도 완벽하지 않은 현대인 중의 하나인 것이다.

루트는 '승리한 것만으로도 좋다'라고 하지만 박사는 그렇지 않다. 그 것을 계기로 박사의 머리 속에서 에나쓰라는 이데아적 인물은 그의 마음 속에서 더더욱 깊이 남게 된다.(비록 80분짜리 기억이지만)

에나쓰 이후로 노히트 노런의 투수는 한신에 없었고 (수비와 공격 모두 능한 사람이었지만 현실에선 이미 은퇴한, 이른바 만능 히어로) 에나쓰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함으로서 그 후로도 끊임없이 에나쓰를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런 박사를 기쁘게 하려고 글러브 가죽이 박힌 카드를 찾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들인다. (기억이 80분짜리인 박사에게는 부질없는 행동이었지만 말이다.)

현실에서 타이거스는 연패행진을 달린다. (여름시즌의 결과는 10승 6패인데, 어떻게 7연패를 당한 것일까...? 내가 잘못본 것일까?)

박사의 기억은 퇴조하여 짧은 시간의 기억도 남지 않는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루트를 남길 여지도 주지 않는 것이다. 점점 우리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우리를 잊어가는 현대인과 닮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감성이라는 인간 의식을 건드리는데 수식같이 딱딱할 것 같은 방법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매끄러운 접근이 성공하여 방법적으로도 놀라운 책이었다.

서평에 목을 매고 사봤는데, 후회하지 않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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