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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코토피아
아스카 후지모리 지음, 이주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철학적이라고 하는데, 굉장히 타당한 말씀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처음에는 잔인하다는 말을 듣고 이 책을 피했다. 그러나 마침내는 이 책이 땡기게 되었다. 잔인함은 수단일 뿐, 그 주제일 수는 없다는 생각 아래서다. 게다가 문학동네라는 회사가 '요코이야기'를 출판할 정도의 회사긴 하지만, 그 회사 중에서 나쁜 작품은 별로 만나보지 못했다. 결국 파고 보면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에는 이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아주 편한 느낌으로 빠르게 읽어나갔다. 핏발이 느껴지는 문장 사이에서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고발적인 내용이 많다. 스토리를 통해 작가는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하고 있다. 스토리를 얼핏 보면 작가는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도 안되는 것이 현실의 일면이라는 것이 통탄스러울 뿐이다. 작가는 이 말도 안되는 스토리를 통해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내가 이 작품을 통해 받은 질문도 여러 개였다. 세상은 말도 안되는 것을 통해 부화뇌동하지 않는가? 사람은 쉽사리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르고도 변명거리를 주지 않는가? 여러 잔인한 사건(자살, 연쇄살인, 성폭행, 강도, 살인 등)의 실제 원인(방조, 재추궁, 몰아붙이기 등)을 제공하고서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잔인성을 곳곳에서 보여주지 않는가? 이론에 따라 사람을 죽이고 살리고, 결국에는 그들 자신이 진실이자 평화이자 모든 선한 것이라 믿었던 것도 아낌없이 없애는, 그런 모순성을 보여주지 않는가? 변호사에 의해 결국은 모두가 이단이 되고 결국 진실이라 불렸던 지도자는 자신에게 회의를 느껴 자신을 죽이는, 즉 자신을 굴복시키는 사람에게 자기 후계자를 만들었다고 하지 않는가? 결국 지도자가 죽었을 때 그 법에 채이지 않기 위해 다시 없는 사실을 조작하는 황당함도 보여주지 않는가.
별반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 펭귄은 우리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말을 하지만 그냥 횡설수설하는데 그치는 저런 사람이 어딨냐고? 우리도 할 말은 확실히 한다고? 그럼 증거를 확실히 보여줘라. 지금까지 앗뜨거 해서 여의도에 계신 뺏지 단 분들 반응하는 것을 몇번이나 보았는가? 표에만 민감하고 민생에는 무관심한 그들이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잠시간 들떴다가 확 가라앉는 '우리의 냄비 근성'이 자리하고 있는 이상 우리는 철저하게 무시받을 수밖에 없다. 성폭행범, 연쇄살인범에 대해서는 당장의 분노를 느끼고 있지만, 결국 그 원인을 만드는 것들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그냥 자기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만 걱정하는 근시안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한다.
이 작품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안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 절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가벼운 글로 봤다면 제발 그러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