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이 태어난 것은, 그저 괴로움을 당하기 위해서라고


세상의 사람들에게 괴롭히고 서로가 이용을 당하며


고생하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후대의 사람을 위해 희생하다,


저 세상으로 멀찌감치 사라져가는 것이라고


얼마 전에 『라셀라스』를 읽었다. 그 안에서는 피라미드에 대한 소개가 잠시 있다. 피라미드가 견고한 것은 “위로 가늘어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라는 것이다. 피라미드의 모양만 보면, 그들의 모양은 수많은 희생을 기반으로 조금의 벽돌이 위에 있는 것이다. 지금의 사회의 모양임을 부인할 수 없다. 왜, 이 사회가 그런 모양을 띄게 되었는가? 위정자가 그런 악한 마음을 애초에 품어서? 유감이지만, 원래 나쁜 놈은 이 세상에는 없다. 속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죄는 들러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윤수는 그런 억울한 형태의 죄인이다. 그는 나쁜 계부를 만나 괴롭힘을 당한다. 고아원과 소년원을 전전한다. 앵벌이도 하고, 그가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은 딱 두 사람이 있었다. 동생 은수와 미용실 여자, 그러나 그의 사랑들은 멀리 멀리 떠나간다, 죽음으로, 그를 사랑했던 사람에게,


세상은 너무나 잔인했다, 가장 격하지만 가장 많은 노가다를 해도 하루 먹을 돈과 약간의 저축 외에는 벌 수 없는 사회, 그러나 전혀 쉴 틈을 주지 않는 사회. 결국 나의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선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사회, 떼어주지 않는 사회, 매정한 사회. 나에게 가짜 사랑을 요구하는 사회, 돈을, 외모를 요구하는 사회. 두들겨 맞는 사람을 신고하고도 늦장 출동한 경찰이 되려 화를 내는 사회, 아니, 그렇게 죄짓는 일이 너무 많은 사회. 맞는 놈이 죄인이 되는 사회.


그는 마지막 인질극을 벌일 때, 불쌍하게 죽어가던 자신의 동생, 은수 같은 어린 아이를 본다. 그는 이미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모든 것은 Circle을 도는 것인가?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 살아가려고 하는 의지는 사회에서는 범죄로 취급받고, 그들이 살아날 기회라고는 부정한 수단뿐, 그러나 윤수가 칼을 겨누고 있는 것은 다시 또 다른 “은수”이다. 자기 자신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악몽 같은 세상에서 윤수는 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차라리 깨어보면 이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이것은 꿈이 아니다, 나에게 다가오는 현실이고,


이 순간 보통의 실존소설은 ‘멍’ 해진다. 내가 이런 상황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그것이 인간의 마지막 상황에서의 탈출구다, 그러나 공상 속의 세계는 현실의 나를 OFF시킬 수 없다.

이런 세상이 ㅈㄹ 같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런 마음으로 그는 남의 죄를 뒤집어쓰고 사형수가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죽이지도 않았던 사람의 어머니에게, 엄청난 괴로움을 당한다. 남의 고통을 업고 가는 것이다. 마치 예수 그리스도처럼.

그러나, 그리스도에게는 죄를 해방시킬 사명이라도 있었지만, 인간 정윤수에게는 그런 것은 없다. 단지 한 사람의 죄를 대신 업고 가는 것뿐이다. 그저 억울하게 죽는 사람일 뿐이기에, 이 사회는 금방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마라. 다르게 생각하면 하루하루 죽어가는 사형수는, 나의 죄를 지고 가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하루, 하루 무시하고 나도 모르게 괴롭혔던 사람들… 원한들, 그 상처를 모두 업고,

그는 피라미드의 맨 아래층에서, 이 사회의 죄를 업고 가는 것이다. 그들을 기억한다면, 내가 사는 것이 이렇게 나태하고 추잡하지 않을 것이다.


정윤수는 사형수가 되었다. 이 때, 그에게 하루를 사는 것이 고통이었을까― 아니면 하루 빨리 죽는 것이 고통이었을까.

그런데 오늘 내일 죽을까 하는 사형수와 정신적 파탄자 문유정은 동일점이 많다.


상대적으로 문유정은 부자, 정윤수는 빈자다. 이 세상에서는 빈자도, 부자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다는 것이다. 이 두 명의 공통점은 사랑에 목마르지만, 그런 사랑은 이루어 질 수 없었고, 죽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부모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었다.


그들에겐 똑같이 빼앗긴 것이 있었다. 윤수는 부모, 유정은 부모의 사랑과 자신의 순결. 그들은 그것을 잃고 살 의지를 잃어버렸다. 윤수는 처음 잃어버린 것 때문에 연쇄반응으로 고아원, 앵벌이, 소년원. 나쁜 곳만 지나다닌다. 그래서 나쁜 놈이 되어버린다. 상대적으로, 유정은 잃어버린 것이 적지만, 그녀 역시 점점 세월을 지나며 잃어버린 것이 점점 많아진다. 사실, 잃은 것은 마찬가지다. 한 번 등진 그의 삶이 그를 외면하고 있을 때, 유정은 평안하지만, 더 많은 것을 떨어뜨린다. 교수 노릇도 하고, 가수 노릇도 했지만, 그 모든 것이 그를 채울 수 없었다. 더 많은 것이 그의 품에 있을 때에 더 많은 괴로움을 당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없는 사람은 배부른 소리라면서 빈정댈지도 모른다. 없는 사람에게 차곡차곡 쌓아나가서 성공의 희망을 보여줄 수 있게 해준다면, 이 세상에서 원망하는 소리는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Les Miserables』의 스토리를 따라 갈 것이기 때문이다.


“형, 우리 나라 좋은 나라지, 나는 이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왠지 우리가 훌륭한 사람이 된 거 같애…….”

이 사회의 비행청소년 계도프로그램이 엉터리로 만들어진 것도 그들에게는 禍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들이 유일하게 배운 노래는 애국가 하나다. 그것을 부르면서 그들은 위안을 갖는다.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던, 그들의 원수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그들에게는 앞으로 나갈 힘이다.

그래서 없는 사람은 있는 사람보다 복 받은 사람이다. 있는 사람은 대부분 가치를 모른다, 그래서 타락해간다. 그에 비해 없는 사람은 아주 조그만 것을 받았어도 이 세상 천근만근보다 더 큰, 귀한 것을 가진 것처럼, 어떤 것을 가졌어도 그 가치를 아는 축복을 받았으므로.

다만 그들에게 희망의 빛이 주어졌다면, 장 발장처럼 희망을 써나갈 수도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러나,

이 둘은 그 빛이 주어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세상은 참 빛을 많이 잃었다. 땅 투기나, 고액과외 경쟁이나 하는, 그들은 정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자신과 자식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있지만 자식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문유정처럼, 뭔가 가득― 찬 세상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물질이란 것이, 정신이란 것이, 가지면 가질수록 만족이 안 된다.

부끄럽지만 노숙자나 걸인들을 외면할 때가 나도 많다. 반성을 하지 않는다거나, 앵벌이를 하고 있을거란 괜히 되도 않는 의심이나 하고. 나도 윤수와 같은 살인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장발장은 사랑을 알고 변한 다음, 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일을 했다. 그러나 정윤수는 그가 할 일을 다 하지 못하고 갔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을 바꿀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이 소설이 남의 얘기인가? 나는 이 소설을 남의 이야기로 봐주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대통령마저도 사형수였다는 말은 현실을 뛰어넘어 말하는 바가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문유정, 혹은 정윤수 그 중 어느 하나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대통령이 사형수의 고통을 가지고 있었던 자기 자신을 잊고 사형을 집행한다, 는 것도 우리의 현실과 일치한다.

맨 마지막의 치매 노인, 그들을 양산했던 어머니, 비유적으로 살펴본다면, 그들을 만든 어머니는 바로 사회다. 그들에게 사회를 등지게 만들었고, 상처 주었고, 죄 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를 죽이고도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녀와 같이 매일 까먹는 병증을 우리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다시 또 하나의 윤수가 처형을 당하러 들어간다. 그녀는 윤수와 은수. 딱 중간쯤으로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문유정의 편견과 일치한다. 더 나아가서 우리의 편견과 너무 맞다. 딱 절반에서, 거기서 빗나갔다고 나쁜 놈 취급을 하고, 거기서 더 잘 살아갔다고 성실하다고, 그렇게 우리는 성실하다는 것을, 나쁘다는 것을 내세울 수 없는 상황에 있는 것이다.

강인하고 착했지만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선 강했던 윤수. 피해자였지만 세상을 미친듯이 미워했지만 마지막에 사랑을 했었던 그가

맨 밑에 있기 때문에 말이다. 그에겐 빛만이 절실하게 필요했을 뿐이다. 다만 그것이 뵈지 않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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