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요람으로 - 세상을 보는 글들 17
윌리엄 맥도너 외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기존의 환경운동가가 제창해왔던 3R(Reduce, Reuse, Recycle)은 지금까지 환경을 생각하는 환경운동의 일환으로서 사람들이 영향 받은 바가 적지 않다. 거의 십여 년 동안 이 사상은 절대적으로 대한민국 전역을 지배해 왔다. 이런 절대적인 생각에게 온 몸으로 도전하는 책이 『요람에서 요람까지』 이다. 재활용은 기존 자원의 두 번 사용으로 그만큼 쓸데없이 사용되는 것을 막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아니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그 방법은 요람에서 쓰레기통으로 가는 방식, 즉 언젠가는 문제가 발생할 방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재활용 종이는 그 것이 처음 사용될 즈음엔 자원의 낭비를 막았다는 생각을 할 법 하지만 그 종이에선 온갖 먼지와 유해물질, 게다가 그 방법을 반복할수록 질이 나빠진다고 한다. 이 악순환을 이 책에서는 ‘다운 사이클링’ 이라고 부른다. 이 책은 ‘다운 사이클링’ 을 하지 말고 “그 시작을 바꾸어 긍정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자” 고 하고 있다. 그 주장을 이 책의 재질에서 먼저 실천하여 보이고 있다. 이 책은 그냥 종이처럼 보이지만 나무로 만든 종이가 아니고 플라스틱에서 만든 종이다. 젖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구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 좋은 방법을 이 책에서는 ‘업 사이클링’ 이라고 부르고 있다.

일단 이 책의 장점을 말하자면 더 나아질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못한 깊숙한 방면까지 파고 들어가 그 것의 단면을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사회 자체의 단점을 끄집어낸다. 이 생각은 수많은 재활용을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쓸데없는 공론에서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것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다운 사이클링 되는 사회적 자원들, 그것을 이 책에서는 그 시작 자체를 부정하고 나서는 것이다. 즉 “쓰레기는 곧 식량이다!” 라는 말을 모토로 이 사회의 잘못된 자원 사용의 시작을 고쳐야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이 책의 단점이 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이상론에 그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첫 번째, 우선 이 책의 가격을 보자. 만 오천 원, 그것도 전면 262쪽. 다른 소설책이 이것과 똑같은 분량이라면 팔 내지 구천 원을 했을 정도이다. 시집이라면 세, 네 권을 샀을 가격이다. 완전 칼라에 사진까지 끼워 넣었어도 만 이천 원이 되기가 힘들다. 게다가 이 책은 흑백이다. (내 기억으로 완전 칼라였던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도 구천 원이었다.) 소설책을 취미로 사보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 가격이라면 충분히 부담을 느낄만한 가격이다. 당연히 출판 시장은 위축될 것이다. 이 것이 도서업계라는 측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 이 책은 너무 시시콜콜한 것까지 걱정하고 있다. 우리가 언제 재활용 용지에서 만든 책에서 나온 유해물질을 걱정하였는가? 단지 조금 더럽다고 생각할 뿐, 그 이상은 문제없다는 듯 그 책을 읽고 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유해물질을 받고 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지독한 소심쟁이일 것이다. 아니, 그 가능성 자체를 뛰어넘어 누가 그런 책을 읽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상당수의 노트, 그리고 소설가 공지영 씨의 작품 『봉순이 언니』도 재활용지로 만든 책이다. 이 책에 의하면 다운사이클링에 의한 것이다. 물론 이 책은 “환경을 생각하여” 라는 말을 반드시 붙였다. 서로가 모순되는 말을 하는데 무슨 말을 할 것인가? 한국의 도서업계는 이제 ‘느낌표’ 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인해 자리를 조금씩 잡아가는 판에 모든 도서를 이제부터 업 사이클링이 가능한 플라스틱 종이로 만든다? 그 결과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들다.

세 번째, 후진국을 고려하지 않았다. 수출이 증대되고 국익이 증대되는 듯 보였던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는 환경문제를 들먹이면 성장에 방해되는 사람이라고 해서 질책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환경은 나중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째서 소설가 조세희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품 중 「기계 도시」에서 우리는 더러운 환경의 썩은 도시를 보고 있을까? 그런 문제가 없었다면 문학에서 환경문제가 거론되는 일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그런 시대는 지나고 이제 우리는 개발 도상국에서 선진국 중간에 있다. 하지만 뒤에서 우리의 과거를 밟고 있는 아프리카나 중동, 남미에 있는 후진국들을 외면할 것인가? 그들도 분명 발전을 하고 싶고, 언젠가는 선진국이 되어야만 한다. 그들이 말하는 값비싼 시작 자체를 구현하기 어렵다. 그 대표적인 예가 브라질이다. 일본이 돈을 주면서 벌목을 하지 말라는 부탁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이유라고 한다면, 지구의 허파가 되는 브라질이 대량 벌목을 시작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계 전체에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브라질은 지금도 곳곳에서 벌목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수많은 후진국가는 아직도 후진적 기술, 즉 이 책에서 말하는 다운사이클링, 혹은 그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일회용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생활 중에서 누가 환경을 생각하고 누가 조금 더럽다는 것을 생각하는가? 오직 살아남는 것을 생각할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이 책에서는 생태적 효과성을 실현하기 위한 다섯 가지 단계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안에는 허점이 많이 있다. 조목조목 예를 들어 여기에 대한 허점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1단계, 범죄자를 제거하라- 우리나라에서는 씨가 먹힐 수 없는 문제들이다. 원래 정해져 있었던 체계를 모두 바꾸라는 이야기는 너무나 비경제적이고, 무엇보다 사람들은 그런 문제에 대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 책에서의 사고를 현대 사회에 적용하자는 말을 일반인에게 한다면 십중팔구 이런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 난리야? 값 오르고 혼란스러워지는 것보다는 그냥 이대로 사는 게 낫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사고가 대중화되어 있지 않은 이상은 이런 체계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2단계-이미 알려진 정보에 기반한 개인적 선호도를 따른다- 이 사고는 우리나라의 현재까지의 행태를 보아오면 그 허점이 절실히 드러난다. “나 하나쯤이야”로 대표된 우리나라의 이기주의, NIMBY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편한 쪽을 선택하지, 스스로 환경을 위해 불편한 쪽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다.

3단계-‘적극적으로 긍정적인’ 리스트를 만들어라- 우리 나라에서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내 생각은 한 마디로 회의주의적이다. 새만금, 부산부근의 고속철도, 멀리 보지 않더라도 북한산 관통도로만을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행정은 환경 중심이 아니라 지역중심이다. 위도에 핵 폐기물 처리장에 들어서고 어쩌고 하는 문제, 위도 사람들이 그곳에 핵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는 것을 절대로 반대했는가? 아니다. 일부의 환경운동가들만이 ‘절대’안정성이 없는 그 곳에 핵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했을 뿐, 문제는 보상금이다. 절대적으로 지역이기주의가 판치고 있는 한은 우리나라는 그런 정책을 시행하기가 어려우리라 본다.

음식에서도 이런 문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파는 경우는 우리나라에 아주 흔하다. 이익 중심인 것이다. 이익이 아니라면 우리나라가 손 댈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4단계- 긍정적 리스트를 충분히 활용하라- 3단계에서 했던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이 단계에서는 그다지 할 말이 없다. 쥐어짜서 뭔가 대안이 나온다면 즉각 실행하는 것이 도리에 맞다고 본다.

5단계- 재창조하라 - 우리나라는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에 절대 의존하고 있다. ‘기본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절대 다운사이클링을 벗어나기가 힘들다. 요즘 잘 나오는 재활용 권장의 광고도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오히려 비관적 사고로 바뀌었다. 우리나라가 환경문제에 더 신경을 쓴다면 몰라도, 이 상황은 너무나 타개가 힘든 상황이다.

네 번째, 대한민국의 사고에 약간 맞지 않는다. 체리나무 이야기를 했는데, 대한민국 가로수는 열매가 달리는 나무가 거의 없다. 이유는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그 책에서는 사람들이 밟아 넘어질 우려 때문에 체리나무 식수를 금지했다고 했다. 원전을 그대로 번역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생활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그것은 대한민국 시골에서 듣는다면 배꼽이 빠지도록 웃을 판이다. 체리나무, 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은행이나 복숭아, 딸기 등, 그런 것이 떨어져서 미끄러져 사람이 넘어졌다고 생각해 보자. (원래는 농촌에 어린 아이가 드물어서 그런 일이 잘 발생할 수도 없겠지만 말이다.) 무슨 말이 나올까? 대번에 놀림감이 되고 말 것이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말해서 너무 세심한 걱정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후진국, 혹은 빈민층에 대한 고려’가 있었으면 하고, ‘이상론이 아닌가 점검도 필요하다’ 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책, 아니 이 출판사에서 나오는 일부 책에 대해 논하자면, 너무 극단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 책을 찾는 도중, 우리가 쓰고 있는 자원의 비관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내용의 책이 있다. 지금 이대로만 써도 지구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고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의존한 책이다. 제목은 『회의적 환경주의자』, 그 책은 더더욱 비싸다. 오만 원. 무슨 대학교 전문서적 내지 두꺼운 백과사전 값도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개진하는 책일 뿐이다. 이런 책은 도서관에서나 빌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굵은 책 아니 (그것을 따지기 전에) 비싼 책으로 자기 생각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면 무리일 것이다. 이런 책이 많이 팔리길 바란다면 소도 웃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너무 비대중적이 아닌가? 이 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관악기를 불 때, 딴 사람이 듣게 하려면 크게 불어야지 작게 불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적어도 이 책들의 비싼 가격은 이 사상이 일부 상류 내지 중류층에 머물게 하고 있다. 하류층 사람, 혹은 후진국 사람에게는 좀 센말로 한다면 “배부른 소리 하고 앉아있네, 그렇게 편하게 누워서 배 뚜들기면 재밌으시우?” 라는 소리를 들어야 싸다는 이야기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적어도 경제적인 차원이다. 우리 나라는 아직도 멀었다. 사람들의 사고를 고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런 문제는 조금씩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때, 우리나라의 고질병, ‘밀어붙이기 행정’이 있다. 박정희 집권 후부터 거의 3~40년, 그런 식으로 행정이 진행되어 왔다. 우리나라가 이익을 본 것도 있겠지만, 엄청난 환경의 대미지를 감수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된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환경을 생각하게 된다면 그런 면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절대로 없어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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