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찰스. R. 젠킨스 지음, 김혜숙 옮김 / 물푸레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뉴스에서 듣고 본 사연을 한참을 잊고 지내다 며칠 전 우연히 묵은 'TIME'지 속에서 기사를 찾아 읽고선, 바로 책을 주문해 어제 오늘 단숨에 끝까지 읽어 버렸다.

 한마디로 기가 막히다. 참 기구한 삶을 사는 사람이 바로 곁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에서 네 명의 월북한 미군들이 모여 사는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을 읽노라면, '신들의 주사위'라는 소설 제목이 떠오른다. 

 실상은 아무 것도 모른 채 넘어간 북한에 갇혀서 수십 년을 그곳에서 살다가, 둘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한 명은 아직도 남아있는 것으로 나온다. 다른 곳에서 납치해 온 여성들과 각자 결혼해서 사는 생생한 생활의 묘사를 읽다보면, 인간이란 어떤 현실 속에서든 '살아야 할 수 밖에 없는' 숙명을 지고 세상에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란 자신의 운명과 고통스런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체념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이렇게 살아지는 것이구나....  그러다 또 다시 어떤 운명의 힘에 의해 자유를 되찾을 수 있는 희망이 주어지면, 시간이 바꾸어 놓은 현실과 고통스럽게 다시 마주하게되는구나....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는 그 기회가 주어지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그냥 그대로 지나가지 않는가.... 납북된 사람만 아직 얼마나 많이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미군 중사가 DMZ를 넘어 북한으로 간 사실도 참 희귀한 경우지만, 납치된 일본인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20년을 넘게 그 곳에 살다가, 극적으로 40년 만에 가족이 일본으로 빠져나온 후, 다시 미군 법정에 회부되어 30일 금고형을 살고 마침내 지난 40년간 지고 왔던 마음의 짐을 벗어버리곤, 이제 일본에서 모두 함께 살고 있는 이 사람의 이야기가 참으로 많은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이 책은 무엇보다, 지금껏 추상적으로 생각해 왔던, '자유'라든가, '고생'이라든가, '운명'이라든가 하는 말 위에 얹혀있던 거품을 삽시간에 걷어버리고, 안이한  쪽으로 흐르는 생각의 습관을 몹시 흔들어 놓는다.   

 잘나지 못한 너무도 평범한 한 개인이, 어떻게 하다 보니 빠져버린 기막힌 상황에서, 할 수 없이 그대로 '살아버린' 인생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 속에 비춰지는 나의 모습이 있다.

 이 시대 북한에서의 생활이란 것, 그리고 개인이 처한 어떤 극한 상황 속에서 우리 각자가 드러낼 수 있는 좌절과 희망의 몸부림, 또 선택의 폭이 거의 전무 하다시피 한 환경에서도 인간이 내리고 또 내려야 하는 선택이란 것 - 이런 제목들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스쳐 간다.     

 이 책에 담긴 솔직한 고백 속에 '리처드 젠킨스'란 한 사람이 고스란히 숨쉬며 살아있다. 그리고, 부인인 '소가 히토미'란 사람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느낀다. 앞으로의 시간 동안 이 가족이 행복하게 살게 되기를 마음 속으로 조용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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