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의 숏컷
김지운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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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의 영화는 아직 다 보지 못했지만, 형은 전 세계 프로복싱 참피온, 누님은 한국 연극계의 최고 배우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기억해왔다. 그가 어떻게 시나리오를 썼고 어떻게 감독을 할 수 있었는지는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그보다 더 철저한 '백수'여서 그런건지 그가 말한 '예민'이라는 단어가 내게 새삼 살갑게 다가왔다. 어릴 적 일하러 나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며 버스 정류장에서 이런 저런 사람을 '구경'을 했다고 한다. 내 머리속 저편에 접어 놓은 기억이 떠올랐다. 외할머니 댁에 가신 엄마를 기다리며 버스 정류장에서 한나절 넘게 기다렸던 그 때. 그저 땅파기와 딱지놀이를 하면서 이 차에는 타셨을까?......누군가는 한강을 구경하면서 '괴물'을 떠올렸다고 하는데 우리 나라 최고층 빌딩이 한층 한층 올라가는 것을 창문 너머로 수 년동안 봤지만 지상 높이가 '60층'이란 사실은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알았다.

마지막 장을 넘긴 후 인터넷을 뒤벼보니 과거 여러 잡지와 신문에 기재했던 글을 한데 모아 놓은 것뿐인가? 그의 시나리오 쓰는 속도처럼 새로운 이야기, 새롭게 쓴 이야기는 없는 거란 말인가? 솔직히 그의 머릿속을 좀 더 훔쳐보길 바랬지만 유명 배우들의 단순한 평가, 그다지 자세하지 않은 제작노트로 끝맺음을 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학교 다닐 때만해도 이런저런 영화잡지를 뒤적이며 탐독했던 때가 있었지만 이미 오래전 이야기. '친절하게' 하나로 모아놓은 것에 감사해야 할까? 그의 다음 영화를 기대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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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산다는 것 - 우리 시대 여자들이 말하는 리얼 공감 스토리
김지영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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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을 넘기면서 매끄럽지 못하거나 작위적으로 보인 부분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읽어내려갔다. 다 읽고나서야 전문작가나 소위 말하는 글쟁이가 쓴 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굳이 이 책에 대해서 좋고 나쁨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 어머니와 누나들의 삶 자체가 '여자의 일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에. 그 옆에서 수십 년 동안 지켜보는 내 자신이 '남자'라는 걸 새삼 확인하는 것만으로 족하다.

 (P108-109)

 30헌장.

 하나, 나이는 고스란히 먹어야 하는 것. 어려 보이기 위해 애쓰지 말자.

 둘, 20대 여성을 질투하거나 샘내지 말자. 이미 20대를 한 번 가져 보았는데 샘낼 것이 뭐가 있겠는가. 또한 지금의 20대도 언젠가는 30대가 된다.

 셋, 꽃이 되기보다는 나무가 되자. 꽃으로서 주목받는 시절은 이미 끝났다. 이제 나는 나무가 되어 사람들 곁에 서리라. 40대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면서 20대의 열정과 투정을 아량으로 끌어안으리라. 많은 사람을 만나며 더 푸근하고 넉넉해지리라.

 넷, 상식과 교양이 풍부한 여성이 되자. 30대는 껍데기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책을 많이 읽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나만의 전문분야를 파고드는 열정을 잃지 말자.

 다섯, 그래도 여자임을 포기하지 말자.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생활화하며, 피부와 머리카락을 정성껏 관리하자.

 ........

 여성을 '남성'으로 여자를 '남자'로 바꿔도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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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무대를 세계로 옮겨라
안석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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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以人爲本 Nokia"

4,5년 전 홍콩 위성TV를 시청할 때 자주 들어 인상깊었던 광고 문구였다. 인간을 중심(근본)으로 한 노키아...그 광고 담당자가 한국 사람이고 또 그가 쓴 글을 읽을거란 걸 누가 알았겠나?

 책을 읽기전에 가졌던 선입관은 하나둘씩 사라졌다. 재벌2세거나 열렬한 페미니스트가 아닐까? 한국의 무서운 "아줌마"란 생각에서 뛰어난 "여성", 나아가 끊임없이 노력하는 "세계인"으로...

IMF로 실직을 한 후 한국이란 작은 무대에서만 살던 이들은 대부분 좌절하고 우왕좌왕했지만 그녀는 달랐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활동 무대를 찾아 나섰고 생소한 분야임에도 노력해서 자리매김했다.

 "세계를 향해 나가는 데는 특별한 지식과 노하우를 갖추기에 앞서 열린 사고와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내'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며 넓고 멀리 볼 줄 아는 사람만이 세계 속에서 당당히 설 수 있다." (P150)

 열린 마음, 열린 생각, 열린 사고...늘 가져야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보며 나중에 다음에를 중얼대곤 했었다. 자기계발 프로그램에서 배웠던 "SWOT" 분석법을 실제로 내 자신에게 좀 더 자세하게 가혹하게 객관적으로 써먹어야 겠다는 자극제가 됐다.  노키아나 모토로라 두 글로벌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는 설 곳을 잃은지 오래여서 그녀의 성공담을 모두 공감하기는 힘들었다.

책 첫머리와 지난 업적을 거론할 때 구체적인 연도를 밝히지 않아 답답했다. 힐튼호텔이 언제 한국에 들어섰는지 애써 검색을 해봐야만 하는건가? 아줌마용 잡지 형태로 보일 수 있겠지만 글쓴이가 대학 때 무슨 전공을 했는지 사회 생활을 전혀 하지 않고 바로 결혼을 한건지 부군께서는 대체 어떤 일을 하시길래 외조를 잘해주셨는지 등등 왠지 궁금하다.

 글쓴이의 프로정신에는 어울리지 않는 편집의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각 장의 중요한 부분을 녹색으로 표기한것도 아쉬웠다. 본인은 색을 분별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지만 혹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는 무의미한 작업이었다.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녹색처리 글자체가 다른 부분보다 크기가 크다는 것도 분별하기 힘들었다.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예쁜 한글 글자체가 많은 걸로 아는데... 

쉼표의 남용은 글 읽는 이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 혹시 글쓴이가 그렇게 썼더라도 정정할 부분은 "정중히" 밝히고 손을 봤어야 했다.  

굳이 "국회의원"의 추천사를 책머리에 끼워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에필로그까지 읽은 후 안석화 그녀는 기나 긴 장거리 달리기 혹은 여행의 달인이고 아직도 그녀는 달리고, 여행 중이란 생각을 했건만 웬 "시속200Km"라고했는지 높은 분의 의지를 알 길이 없다. 게다가 뉴스에서나 국정에서도 추천사처럼 고운말만 하셨다면 반가울 수도 있었겠지만 그와 정반대였다. 오히려 세계로 무대를 옮기라는 뜻으로 세계 지도를 집어넣든가 글쓴이가 활동한 국가의 지도가 들어갔다면 더 보기 좋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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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딜레마 - 주식회사 한국, 숨겨진 성장 코드
타릭 후세인 지음, 이세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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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라하면 본인과는 큰 관련도 없고 그저 자세한 분석이나 대책 등은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의 몫으로만 생각했다. 볼때마다 새로운 이런저런 도표나 수치 등만을 머리 속에 그리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한국 경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친절한(!) 설명에 빠져들었다. 책장을 한장두장 넘길때마다 나도 모르게 연신 한숨이 터져나왔다. 맞아, 그때 그랬지...하루에 담배를 두세갑씩 피우며 월급의 절반 이상을 대출 이자로 냈던 그때...

 

IMF 경제 위기가 단순한 위기나 대란만이 아닌 각성과 회생의 기회가 됐다는 저자의 얘기에 동감한다. 다만 철저하게 반성하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체제를 뜯어 고친 한국 기업이 몇 개 없다는 사실에 또 한번 한숨이...

 

현재 한국 경제와 불가분의 관계이면서 만만히 보는 나라 중국의 현재와 미래도 잘 설명해줬다. "...중국은 세계화에 따른 잠재적인 혜택을 충분하게 이해하고 있다. 해외 자본과 최고 인재들의 집결지가 되기 위해 과거 유교적 전통은 과감히 벗어던지고 있다. 중국이 성장할수록 글로벌 기업들에게 한국이라는 존재는 잊혀지고 말 것이다...(P91)

 

 책을 읽으며 머리 속에 속속 지나가는 성어와 격언들은 언제쯤 잊을 수 있을런지...정경유착, 복지부동, 우물 안 개구리, 낙하산, 상명하복, 매너리즘, 구태의연, 뇌물, 접대, 술문화, 물이 고이면 썩는다...

  

한국은 잘 다듬기만하면 광채를 빛내는 다이아몬드가 될 것이오, 연마 방법을 잘못 찾는다면 여전히 흙 속에 파묻힌 상태로 남을 수도 있다는 저자의 충고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왜일까?  또한 앞으로 경제 관련 기사를 보면서 외국자본에 대한 비뚤어진 시선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 책 제목을 보고 의아했다. 다이아몬드? 딜레마?? 책 표지를 보면서 다빈치코드가 떠오른 건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끝으로 분명히 "번역"한 책임에도 소위 말하는 "번역투"가 느껴지지 않은 책이었기에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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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은 없다
조일훈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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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삼성"에 몸담은 적은 없지만 밑바닥에서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 본 적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삼성맨"들의 숨겨진 뒷모습을 목격했을 때 감탄보다는 탄식과 냉소가 흘러나왔었다.

 "...는(은) 없다" 라는 식의 제목을 싫어하기 시작했던 때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국내에서 둘째라면 서러워 할만한 기업을 "공화국"이라 부르던 "왕국"이라고 부르던 별다른 관심도 없는게 사실이다. 저자 또한 현직 기자로서 그다지 모험(?)을 걸면서 치부를 들어내놓던가 천기를 누설하지는 않으리라는 예상을 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X10~!

 앞 세대에서 권력자들과 어떻게 해서 성장해왔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애써 일궈놓은 수확물을 하루 아침에 내놓아야 했다는 아쉬움과 쓰라림은 누차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어릴 적 기억에 선생님들은 공부 잘하는 애들의 잘못은 대충 덮어 놓고 지나간 적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잘 떠들고 공부는 그럭저럭 하는 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엄한 체벌이 가해지곤 했다. 물론 잘 사는 집 애들이 공부 잘하는 애들인 경우가 많았고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애들은 작지만 깊은 상처로 기억하고 있다.

 날이면 날마다 삼성이 이전분기에 얼마를 벌었고 올해에는 작년 대비 몇 % 성장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이회장 아들 이재용 상무에 대한 편법 증여,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등...귀담아 듣지 않았어도 자주 귓가에 들려오는 뉴스 같지 않은 뉴스...

  괜한 쓸데없는 딴죽걸기로 삼성전자가 외국 펀드에 경영권이라도 뺏기면 어쩌려고 그러냐..삼성 주가를 올리려면 미국으로 본사 이전을 하는 게 어떠냐...삼성 임직원의 연봉을 야그한 부분은 놀랄만 했지만 시민단체가 정부가 어거지로 삼성에게 고삐를 단다는 식의 논조는 납득할 수가 없다. 기업의 절대 명제이자 목표인 "이윤추구와 수익창출"을 경쟁자들이 따라갈 엄두도 못낼 정도로 앞서 달려나가는 기업에게 배가 아파서 "딴죽"을 걸자는 것이 아니다. 

 절대로 다같이 배부르자는 것도 아니고 함께 굶자는 얘기가 아님에도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자기 목소리만 높인체 상대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는 역사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1세기가 "三星時代"이길 갈망하고 꿈꾸는 이들은 뭐라해도 읽어보고 두 손 모아 간절히 단꿈이 깨지 않길 바라겠지만 대다수는 이미 "현실"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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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6-09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