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로그 - 생존과 쾌락을 관장하는 놀라운 구멍, 항문 탐사기
이자벨 시몽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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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아주 예쁜 책이다. 내용을 알기 전까지는.

카페에서 들고 읽기에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지인들은 대부분 분홍색 풍선 꼭지만 보고도 이 책의 내용을 대충 짐작했다.)

인스타에서 보고 체크해놨던 책인데, 우연히 서평단에 뽑혀 일찍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당신도 이 책을 읽는다면,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읽게 될 것이다.(여러의미로)

우리는 "항문", 즉 똥구멍이라고 하면 바로 더러운 것 또는 내놓고 다닐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의 첫 페이지에서부터 말하듯,

"항문은 세상의 중심이며, 세상은 항문을 축으로 균형을 잡는다."

이게 무슨 항문만능주의냐 싶겠지만 읽다보면,

역시 항문이 중요하지 그럼그럼 과 같은 끄덕임을 겪게 될 것이다.

그만큼 항문에 관한 온갖 역사적 이야기와 이론이 펼쳐져 있다.

배아의 세포분열 초기단계에 수정란 바깥쪽으로 '원구'라는 하나의 구멍이 생긴다.

이를 중심으로 훗날 태어날 인간존재가 발달하는데,

이 구멍이 바로 태아의 항문이다.

그렇다. 인간은 애초에 항문이었다...

아기는 언제 배변조절을 할 수 있을까?

아기를 벗겨놓고 키우는 문화권에서 크는 아이가, 기저귀를 차게 하는 문화권의 아이보다 약 1여년을 먼저 배변조절능력을 습득한다는 것을 아는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항문기를 제대로 거치지 못하면 강박적인 신경증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항문의 여러 기능 중에 역사적으로 항문성교는 늘 있어왔다.

그리고 항문성교라고 하면 바로 남자 동성애자를 떠올리고 막연한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남자동성애자와 항문성교에 대한 반감이 사회적으로 공고해진 것은 중세시대를 거치고 과학이 발전하면서이다.

'동성애'라고 하면 왜 먼저 '게이'가 떠오르는 걸까? 그리고 게이에 대한 반감은 남자(이성애자?)가 더 강한 듯한데, 이 책에서 근거를 찾았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항문에 별걸 다 넣는다는 비뇨의학과 의사의 인터뷰를 보고 충격적이었는데,

이 책을 보면 기록을 시작한 16세기부터 그런 사람들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챕터 중간중간 <끝을 알 수 없는 구멍안에서 찾아낸, 놀랍도록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물건들> 코너를 보면 그 상황을 상상을 하게 되서 그런지 그곳을(?) 움찔거리며 읽게 된다.

이에 대한 저자의 말이 웃기다.

"피해자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프랑스에서는 1초마다 1개씩 괴상야릇한 물건이 무고한 항문을 슬그머니 비집고 들어간다."


좌약, 성적 흥분, 밀반입, 징벌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항문이 이용된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사례를 알려준다.

그나마 순한 버전만 써보자면, "보다 목가적인 고대 그리스에서는 간통한 사람을 벌할 때 항문에 빨간 순무를 쑤셔넣었다." 바로 그 다음에 음유시인 조르주 브라상의 <빨간 순무>가 인용되는 것이 이 작가의 매력포인트다.

이와 반대로 항문과 관련한 다양한 전래민요나 문화는 정말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 많아서 재밌었다.

<왕이 된 똥꼬>나 아메리칸인디언의 항문 전설, 갓파와 시리메같은 일본 요괴들, 아즈텍의 여신 틀라솔레오틀...!

인간의 몸에 필수적이면서도 불결하게 취급되는 항문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겠다.

아누스 문디(세상의 항문)가 유대인 포로 수용소에 붙인 이름이기도, 밴드 이름이기도 하다는 사실과

양파가 프랑스에서 항문을 뜻하는 은어라는 것, 항문모양의 초콜릿('식용항문')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알았을까?

무작정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특히 생물학과 문학이 나오는 부분은 쉽지 않았다. 어렵기도 하고 특히 예술 부분은 정신이 혼미해진다.

하지만 중간중간 짧은 코너들과 중반부터 미학, 문화인류학 등 거의 항문의 백과사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망라되어 있어서 흥미롭게 읽힌다.

그리고 이런 특성 때문에 이 책을 요약하기는 어렵고, 직접 읽어야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에 19세를 붙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가 너무 고리타분한걸까...?

남자가 다른 남자의 몸 아래에서 쾌락을 얻을 때 위협받는 것은 그 남자의 남자다운보다는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남근숭배다. (....)

세상에는 남성적인 성만 존재한다. 여성적인 성은 단지 구멍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남근상, 즉 발기한 음경은 성행위 과정과 무관하게 사회적인 위신을 갖춘 남자를 투영한다.

이는 권위와 지배, 능동적인 힘을 특징으로 한다. 반면에 여성적인 성은 출산을 통해서만 그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한다. 당연히 여성 동성애 행위들은 완전히 무산된다.(...)

... 이들은 자신의 완전함을 보장해주는 여자보다 남성 동성애자에게 훨씬 더 큰 두려움을 느낀다. 왜냐하면 남성 동성애자는 그를 닮은 대상적 존재이며 그 자신의 전도된 분신이기때문이다. 이 혼란스러운 거울 앞에서 그는 당혹스럽게도 자기도 대상적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뜻 보고 공포심을 느끼는 것이다......" - P128

항문을 주제로 책을 써보겠다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발상인가! 그건 사실 입 밖으로 꺼내기 껄끄러운 주제가 아니던가? 천만에, 오히려 그 반대다! 항문은 판의 중심부다. 항문은 세상의 중심이며, 세상은 항문을 축으로 균형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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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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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본으로 유학갈 당시, 이 책이 일미즐 순위 1위였던 것 같다. 책 표지도 근사하고, 다들 평이 좋아서 정말정말 기대하던 책이었다. 결국 일본 북오프에서 원서로 사다놓고.. 앞에 몇장읽다가 때려쳤다;; 역시 추리소설은 한번에 파바박-하고 넘기지 않으면 읽기 힘들다 난 맨첨에 나오는 가게우라? 선생님과 그의 조수가 주인공인 장편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단편 3개가 엮인 책이었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꽤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였다. 뭐 정작 트릭 자체는 별로였지만, 큰 구성자체가 맘에 들었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라는게 딱 맞는. 두번째 단편, '생존자 1명'. 이단교회의 신도들이 테러를 하고, 교회에 속아서 섬에 고립되는 이야기는 미스테리에서 생소한 소재였다. 뭐 섬에 가서 갇히고 이런 기본 틀은 동일하지만. 나가고 싶어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나갔다간 바로 잡혀 사회에서 사형이기 때문에 섬에서 나가도 죽음, 섬에 머물러도 죽음. 이런 배경이 신선했다. 섬에 갇혔을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반응 '나 혼자 살겠어!'이런 류도 적고. 음 열성신도들이어서 그런가 ㅎㅎ 결말은 이해가 안됐다. 일단 여자 둘중에 한명의 아이인것같은데. ??누구의 아이인지는 안나타나 있고. 신문기사에 생존자 1명. 이걸로 혼란을 준 트릭은 좋았다. 세번째 단편.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 대충 탐정이 되고 싶었던 미스테리 열혈독자가 결국 관을 직접 세우고 여기서 미스테리 사건을 직접 만들고 연기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냥 이 관트릭이 사용되었다면 너무나 평범한 추리소설, 트릭이 되었을 텐데, 아무도 죽는 사람은 없고 단지 모두 연기, 라는 점이 특이했다. 음... 확실히 몰입이 떨어지긴 했다. 어설픈 관이라; 솔직히 트릭도 바로 W,M,E라고 적힌 도기를 회전시키는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런 트릭은 곤란하다. 충분히 틀킬수 있는 트릭. 그래도 3형제 이야기나 관의 비밀을 알고 싶은 소년 이야기는 재밌었다 ㅎㅎ 결말부분은.. 좀... 트릭자체도... 음 들키기 쉬운 트릭이라... 이런 슬픈 자살 ㅠㅜ 본격추리소설을 그리워한 작가? 머 대충 이런 타이틀이 붙어있길래 엄청 기대했눈디... 역시 기대를 하지 말고 봐야 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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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ET 김인식 교육학 기출문제와 동형검사 문제풀이
김인식 엮음 / 북타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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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형검사라고 하길래 문제와 같은 원리, 구성의 동형문제를 만든건줄 알았는데 

그냥 내용같은걸 약간 비틀어놓은것. 거의 같은 문제라서 검사가 되는지 모르겠다

 

해설의 경우도 문제푸는 방법을 해설해놓은게 아니라 문제에 해당하는 내용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한 것 같은 느낌. 오타도 엄청 많고, 중복되는 내용 많음 

 

이게 4만원이나 하다니 

솔직히 문제 여백 엄청 늘인거 줄이고 해설 제대로만 쓰면 지금의 2/3로 줄어들겠다 

문제 풀때 책 너무 두꺼워서 풀기 힘들다. 근데 책 진도는 엄청 빠르다. 별 내용이 없어서. 

  

그래도 박성현 외의 다른 강사가 정리한 내용을 해설에서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아 진짜 좀 책 괜히 산 것같다. 차라리 김인식 예상문제가 모의고사 같은 걸 살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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