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의 역설 - 반성을 시키면 범죄자가 된다
오카모토 시게키 지음, 조민정 옮김 / 유아이북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반성이란 말은 일본에서 잠시 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들은 기억이 난다. 큰 행사가 끝나고 나서 반성회를 한다고 모이라는 거다. 기분 좋게 행사를 잘 끝내고 무슨 반성회를 하는 거지? 뭘 잘못한 게 있었나? 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더니 실은 행사를 되돌아보고 서로 격려하는 시간이었다. 우리 같으면 뒤풀이라는 말로 쓸 수 있을 법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우리보다 일본에서는 꽤나 친숙한 단어로 보이는 반성’.

   

 

일본 아마존 재팬 교육 분야 1위를 차지했다고 하는 이 책은 사소한 잘못을 하고 반성을 하는 그런 의미에서의 반성이 아니다. 꼭 반성해야할 사람들이라고 누구나 생각하는 수감자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교수로 재직중이면서 교도소에서 무기징역수 등을 교육하고 상담하며 가까이에서 지켜본 저자가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형식적인 반성, 강요된 반성의 폐해를 고발한다. 모범적으로 착실하게 수감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반성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들은 억압과 인내를 거듭하다가 결국 폭발해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우리 역시 폭발 단계까지 가진 않았어도 마찬가지로 마음을 억누르고 살지 않는가? 적어도 참고 견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또한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도 잘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지 않은가?

때로는 이렇게 당연시했던 가치관이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p178

   

 

야단을 치거나 반성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부터 실타래가 엉키기 시작했는지 내면에 귀를 기울여 주고, 마음으로 다가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반성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반성 뿐 아니라 내면을 회복하고 건강하게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어리광도 마음껏 부릴 수 있고, 억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다면 극단의 상황에까지 치닫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부모인 내가, 배우자인 내가, 연인인 내가, 교사인 내가 어떻게 내 소중한 사람들을 대하고 다가서야할 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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