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일본의 문단연애사 - 연애와 예술에 목숨을 건 근대 일본 작가들의 생애
다나카 준 지음, 임명수 옮김 / 어문학사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숨이 멎을 정도로 빠져드는 드라마, 보다보면 작가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도대체 저렇게 섬세하고 아름답게 연애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유명한 일본 근대작가들의 실제 연애는 어떠하였는지를 다루는 이 책은 표지에 적힌 그대로 ‘연애와 예술에 목숨을 건 근대 일본 작가들의 생애’를 담고 있었다.

 

특이할 만한 것은 ‘연애’의 개념이 시대에 따라 바뀐다는 것이다. ‘연애’라는 단어가 생겨난 것도 근대 서양 문화가 유입되면서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큰 격차는 아니지만 시대별로 등장하는 작가들의 연애 양상이 달라지는 것, 이것 또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연애감정을 갖지 못하는 자

 

연애감정을 갖지 못하는 자에게, 어떻게 문학적 감동을 가질 수 있는가 할 정도로, 문학의 발생동기와 연애경험을 결합시키는 일에 익숙한 우리들에 있어서, 메이지 전기(前期)의 문호로 일컬어지고 있는 자들이 한결같이 연애다운 연애를 하고 있지 않고, 연애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 조차도 나름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거기서 메이지 초기라는 시대적 분위기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p55

 

메이지 초기, ‘연애’라는 말이 유입되던 시기는 남녀, 즉 이성간의 사랑이 아니라 남성과 남성간의 사랑이 보통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 전 시대인 에도시대부터 아무렇지 않게 행해져 왔던 것이 이어져온 것이다.

 

기독교는 새로이 등장한 교육칙어적 봉건제에 굴복함과 동시에 정치적 발언권도 잃어버렸다. 그러나 사회풍속면에 있어서는 상당한 족적을 남겼다. 그것은 그들의 인간 평등주의관에 기초를 둔 여성존중의 관념과 연애의 자유 그리고 결혼을 신성시하는 등의 사고방식이었다. p75

 

 

반속정신과 연애감정과의 관계는, 일본에서는 연애하는 것 자체가 반사회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사랑하는 자는 항상 저항에 부딪히는 것을 각오해야 했으며, 죽으려면 같이 죽자라는 각오로 임해야 했다. 여기에 일본인의 사랑이 적지 않게 비극적인 양상을 띠게 되는 이유가 있으며, 그 같은 경향은 패전 때까지 이어져 왔다. 메이지 중기부터 실시된 교육칙어적 봉건제에서도 연애금기 규정은 엄연히 남아 있어, 수많은 남녀학생들은 퇴학처분을 받기도 했다. p75

 

점차 시대는 바뀌고 남녀 간의 사랑으로 ‘연애’의 개념이 변화한다.

 

욕정과 지성

 

욕정과 지성-사랑하는 자 속에 존재하고 있으면서 영원히 화합할 수 없다는 것을 이와 같은 형태로 작품에 소묘한 도쿠토미 로카를 단순한 가정소설 작가로 묻어두는 것은 적절한 평가라 할 수 없다. p100

 

도쿠토미 로카의 <검은 눈과 갈색 눈>을 재조명하고 있는데 작가론을 살펴보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사제 간의 사랑

 

필자는 그러한 사제 간의 사랑을 내 주변에서 여러 번 봐 왔다. 물론 그중에는 사랑으로 스스로를 성장시킨 결과, 혹은 사랑을 슬기롭게 삶의 디딤대로 하여 오늘날 성공리에 세상에 등장한 여류작가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사랑 때문에 스스로 파멸하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어딘가로 모습을 감추고 있다. p257

 

드물지만 보였던 사제 간의 사랑. 크게 대조되는 두 커플의 사례를 제시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사랑이 아니면 이처럼 고뇌할 필요가 없지 않는가. p261

 

유부남이자 스승인 요사노 뎃칸을 사모하고 있다는 마음을 자각하는 아키코, 그 뒷이야기를 상세히 알 수 있었다.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여러 작가, 문인들의 연애담을 살짝 보여주고 있다. 한권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것,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화하는 ‘연애의 ’개념의 변화, 그리고 소문과 달리 사실에 가깝게 재조명하려고 노력한 부분들이 흥미로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