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만화 - 100년 전 조선, 만화가 되다
한일비교문화세미나 지음 / 어문학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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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나를 보는 눈은 정말 끝없이 관대하지만 같은 일이라도 다른 사람에게서 일어났다고 하면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삐딱해진다. 이러한 시각은 나와 남, 비단 인간관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 특히 힘 있는 나라가 힘 없는 나라, 즉 강대국이 약소국을 바라볼 때는 더욱 편협해지기 쉬울 것이다. ‘이렇게 미개한 나라이니까’ 하는 식으로 한편으로 침략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만화작가가 <메이지 일본의 알몸을 훔쳐보다>에서 일본을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나라로 묘사하였던 것처럼, 일본 만화작가 역시 100년 전 조선의 모습을 참으로 희한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이 책은 도리고에 세이키가 그린 <조선만화> 단행본을 번역하고 분석한 것이다. 도리고에는 2년 여 동안 조선에서 체류했던 화가로, 이후 1924년 일본 최초의 만화사를 그린 호소키바라 세이키와 동일 인물이라고 한다. 일전에 혼마 규스케의 <조선잡기>(1894)를 읽은 적이 있는데, 글만으로 이루어진 것과 달리 도리고에는 만화와 글을 함께 그려내고 있다. 그림은 진실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과장, 왜곡 등의 가공이 가능하고,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도록 이미지로 전달하므로 더욱 설득력 있게 독자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선조들의 일상을 엿볼 수도 있는 귀한 자료이기도 하면서, 당시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어떤 시각으로 보았는지를 알 수도 있다. 그렇다고 비판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조선에게서 배워야한다는 부분도 있다.

 

이 책의 장점은 곳곳에 주석이 상세하게 달려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번역으로 끝났다면 무슨 의미인지 짐작하기 어려웠을 단어들을 따로 설명해주고 있어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재미난 것은 당시 조선말을 소리나는 그대로 일본어로 표기한 부분이 자주 보인다. 이런 것들은 아무리 일본어가 유창한 일본인이더라도 한국어를 아는 사람이 아니고는 번역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로 귀한 자료가 정성스럽게 번역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일비교문화연구, 또한 우리 역사를 바르게 바라보는 연구가 더욱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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