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동의보감 - 상 - MBC 특별 기획 <구암 허준> 드라마 원작 소설 동의보감 1
이은성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오래전에 읽은 기억이 있어 검색해보니 역시나 2001년에 출판된 적이 있었다. 출판사만 바꼈을 뿐, 저자도 동일하다. 그런데 예전에 읽은 책을 가지고 있지를 않아 내용이 완전 동일한 것인지 비교할 수는 없었다. 책소개에도 드라마의 원작이라는 말은 있어도 이전 출간된 책이야기는 언급된 부분이 보이지 않아, 그저 신간으로 이름을 달고 나온 만큼 미미한 수정도 이루어지지 않았을가 하는 추측을 해보았다.

 

상,중,하 총 3권이 한 세트인데 상권만 읽었다. 조선시대에 대해 최근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고 있지만, 정말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몇번이고 들었다. 양반의 신분인 여성이 천한 신분의 남성을 남편으로 맞이하면 자녀들이 대대손손 남의 하인노릇을 면하지 못하는 천한 신분이 된다는 사실. 높고 천하다는 말 조차 어색하기까지 한 이 시대에 산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이 사회를 비추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 씁쓸하기도 했다.

 

사회의 상식, 룰이라는 것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너도나도 자식이 의대갔다고 하면 큰 경사가 난 것 마냥 좋아라하는 이 시대. 그런데 소설 속 의사는 천한 신분에 불과했다. 간혹 양반 중에도 의원이 있기는 하나, '어엿한 양반으로서는 업으로 삼을 순 없는 천직이라는 것이 사회의 통념이었다'(p122)고 한다. 같은 일을 하는데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이 다르고, 높고 낮음이 다르다니. 사람들의 '시각'이라는 것이 참 우스워 보인다.나 역시 그런 우스운 것에 연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게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지 않은가.

 

소설 속이라서 가능한 것인지, 그래서 사람들이 더욱 주목해서 읽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어디 의원이 환자에게 돈을 주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치료를 했으면 돈을 받는게 보통인데, 환자에 따라서는 죽기 전에 고깃국이라도 끓여잡숫게 하라고 유의원은 돈을 주고 보내기도 했다는데.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또 상식을 벗어나는 일들이 일어나는 게 또 세상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허준과 부인인 다희의 만남과 결혼까지의 과정도 좀 믿기지가 않았다. 이전에는 별 의식 없이 보았던 것 같은데, 어찌 처음 만난 사이에 결혼까지 결심을 할 수 있단 말인지. 그것도 서로 말이다. 놀라운 건 허준이 여자 보는 안목이 뛰어났다는 것. 그러고보면 난 허준같은 남편은 꿈도 못꿀 것 같다. 산이나 바다, 말 없고 큰 걸 좋아하는 허준.(p77) 아무 것도 가진 것 없고 미천한 신분이라는 허준에게 '없는 걸 있도록 하는 것이 사람의 힘'이라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부인, 다희. 소설 속 인물들이지만 아주 이상적으로 보이는 커플의 모습이었다.

 

상권만 해도 약 410쪽에 육박하는 꽤 두꺼운 분량이지만 영화처럼 빠른 전개감을 느낄 수가 있어서 나도 모르게 빨려드는 기분이 들었다. 말할 필요 없이 너무나 유명한 소설이고,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도 인정받은 의학서<동의보감>인만큼 세련된 표지와 재질로 다시 등장한 소설 <동의보감>이 너무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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