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왜공정 - 일본 신新 왜구의 한반도 재침 음모
전경일 지음 / 다빈치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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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6 조선왕조의궤 등 문화재 1200점이 한국으로 왔다. 처음 이 소식을 접하였을 때는 '가져갔으면 진작 줘야지 왜 아직까지 안줬던 거야?'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일본 뉴스에서 밝히기를 일본 정부,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한국문화재가 6만1,409점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1200점이 한국에 왔다고 해봤자, 6만여점은 아직 여전히 일본에 있는 것이다. 문화재에 문외한인 나는 어떻게 그런 어마어마한 숫자의 문화재가 일본에 가있는 것인지 어리둥절하고 믿기지가 않았다. 그런 역사적 배경이 이 책을 읽다보니, 하나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약탈품은 일본 내는 물론, 동아시아나 서양 상인들과의 교역에서도 중요한 교역품으로 사용되곤 했다. 일본과 포르투갈의 만남과 조총 입수는 이런 배경에서 이루어진다.p212

 

1995년과 2009년 두 번에 걸쳐 서울에서는 좀처러 보기 힘든 귀한 문화재가 내한되어 전시되었다. 고려 불화인 수월관음도가 그것이다. 이 그림은 어떻게 약탈된 지 638(652)년 만에 한국에 다시 건너와 전시될 수 있었을까?p213

 

대마도 곳곳에는 고려 문화재들이 수없이 널려 있다.p213

 

호오사문고의 조선본은 1천391권이나 되는데 이 중에는 단 하나뿐인 <고려사절요>초간본, <악학궤범>, 가장 오래된 고활자본인 <삼국유사> 등이 있다. 지금 <고려사절요>35권은 일본에서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p214

 

 저자는 '왜구'의 역사를 조사하기 위해 근 7년간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임란 이후 강화 협상에 대해 왜곡된 주장을 일삼는 자들이 현재 일본 내 '왜구'연구 전문가(p206)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저자의 이같은 치밀하고 분석적인 연구 결과물은 크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저자는 일제시대 조부와 부친이 강제 징용에 끌려갔다 온 가족사가 있다고 한다. 그런 아픔이 있기에 이러한 집념으로 방대한 문헌을 찾아 하나로 정리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처음에는 소설인가 했는데 읽고 보니, 역사교과서, 논문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신뢰성 있는 문헌에서 왜구의 침략사를 뽑아 내어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중간중간에 지도나 표가 있어서 이해를 돕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한반도 뿐 아니라 동아시아에 왜구의 침략이 끊임없이 지속적이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가장 놀라웠던 것은 '무자비한 살육만행을 즐겼'(p239)다는 것이다. 역사 사료에서 가져온 기록들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무자비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어서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왜구들은 여자를 포로로 하면 간음하고 희롱한 뒤에 풀어주었으나, 남자의 경우는 어린아이는 모두 살해하였으며, 건장한 자는 머리를 깎아 왜노로 변장시키고 칼이나 창으로 무장시켜 전투가 벌어지면 맨 앞줄에 서게 하였다.p240

 

양민을 마구 죽여 해골이 산을 이루고, 피가 흘러 강을 이룬다. 어린 아이를 기둥에 묶어 놓고 불을 질러 그 소리를 듣고 박수를 치며 즐거워한다. 임산부를 잡으면 남녀아이의 임신 여부를 놓고 술내기를 하여 배를 갈라 본 뒤에 술을 마셨다.p240

외면하고 싶지만, 역사 사료에 이러한 기록들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 즉 이런 일이 실제 한반도내에서 자행되었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팠다.

 

'일본의 한반도 재침론'이라는 표현은 터무니 없거나 생뚱맞게 들리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명치정부시기 일본이 '정한론'을 내세웠을 때, 그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인용부분이 있다.

 

한국은 동북아의 야만국이다.

한국은 질책하여 조공을 받아들여 옛날 일본의 성세와 같이 해야 한다.

한국은 황국을 멸시한 불구대천의 원수다.

한국은 응신천황의 삼한정벌 이후로 일본의 속국이니 유신중흥이 세력을 이용하여 이를 정벌하고 일본판도로 회복시켜야 한다. p74

놀라운 것은 인터넷에서 어느 일본인이 한국에 대해 쓴 글을 몇년전 본 적이 있는 데 그것도 이 내용과 같은 맥락이었다. 과거 100년전 일본인의 사고방식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인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저자는 왜구 근절을 위한 역사적 해법들을 제시하기도 하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흔히 한국인들이 일본인을 만나면 뜬금없이 '독도는 한국 땅'이라며 목에 핏발을 세우고 말을 내뱉어서, 일본인을 당황스럽게 했다가, 나중에 일본인이 치밀하게 자료를 조사해와서 일본 땅이라고 하는 주장에 밀리는 경우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저자와 같이 체계적이고 치밀한 연구와 논리를 갖추는 것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387년 고려 장군 정지가 '대마도 정벌론'을 제기하며 한 말 역시, 귀담아 들을 말이었다.

 

"왜인의 온 나라가 다 도적은 아니다. 다만 그 나라의 일부 반민이 ... 빈번히 침구해 오는 것(이다)"면서 대다수 일본인들과 왜구를 분리해서 보고 있다. p383

 

일본 내 극우주의자들을 견제하는 '범아시아 평화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일본 극우주의를 고립,제어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하다.p383

'독도문제','동해문제','임진왜란의 명칭문제' 등 여러 사안을 앞에 두고 정말 신중한 판단을 해야할 시기인 만큼, 과거 역사를 잘 알고 지혜를 짜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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