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택, 새벽의 몸짓>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SIMA에는 처음 가보았음. 2015년 10월에 오픈했다고 하네. 운전하니 집에서 딱 15분. 엄청 추운 날이어서 그런지 미술관에 사람은 거의 없었음.
미술관이 화성행궁 바로 앞에 위치하며 행궁 방향으로 난 1층의 두-세 면 벽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미술관 안에서 내다 바라보는 조망이 훌륭했음. 행궁과 그 앞의 넓은 터, 그리고 그 뒤의 적당한 높이의 산까지 한 눈에 들어옴. 명당일세. 여기가 우리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권용택 작가의 작품은 산이 주를 이룸. 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사람. 특히 겨울 산. 특별히 아름다운 산을 그리기 보다는 거칠고 장대한 산 풍경을 버드아이뷰로 그림--한국에서 감지 가능한 대자연은 이런 것. 추워서 또는 힘들어서 못 가는 조선 겨울산의 정취를 덕분에 느낄 수 있었음.
사실 화면을 가로나 사선으로 갈라서 서로 다른 느낌의 두-세 그림을 잘라 붙여둔 듯한 작품이 여럿 있었는데, 나에겐 전혀 울림이 없었음. 새로운 언어를 찾으러 한 것은 알겠는데 그 의도만 알겠을 뿐 메세지가 흐릿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전체 그림의 에너지가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다 본 뒤에 관내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전시 설명서를 보니 겸재나 단원의 화풍을 가져와 '융합'한 것이거나 서로 다른 서사를 연결한 것이라고. 본인만 아는 의미는 남에겐 의미 없는 거고, 예술은 효과로 승부하는 건데... 음.
나는 겨울산과 계곡 그림이 제일 좋았고, 그 중에 우리집에 걸어놓을 만한 작품도 한두 개 있었는데, 동행자에게 물어보니 집에 걸만한 그림은 없다고 딱 잘라 말해서 웃었음. 나와 동행자 둘다 마음에 들어했던 작품은 돌그림 시리즈. 돌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산을 그린 것인데, 사람 얼굴만한 그림임에도 바위가 많고 덩치가 큰 한국 산의 느낌을 고스란히 드러냄. 일본이나 중국에서 돌에 그림 그린 것을 본 것도 같은데, 그런 그림보다 덜 치밀하지만 이것이 한국의 자연이라는 느낌이 분명히 전해져옴. 그림이 장식적이지 않고 아주 사실적. 그럼에도 이 돌 자체는 장식으로 쓰기 좋음. 자리도 많이 차지 하지 않고. 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돌그림들을 아주 좋아할 듯.
설명서를 읽다보니... 과연, 이 작가는 현재는 평창으로 터를 옮겨서 작업하고 있다고 함. 거기 엄청 추울텐데, 엄혹하지만 깨끗한 대자연이 주는 매력이 있으니. 나도 자연 깊고 깨끗한 어느 곳에 세컨하우스 두고 사는 게 꿈이라오.
카페에서 일어서는데 갑자기 지동시장에 가자는 아이디어를 낸 동행인! 보아하니 여기 올 때부터 그곳에 들릴 생각을 했던가 보옴. 지동시장에 들려서 장 좀 본 뒤에--추워도 사람이 없지 않더라--, 순대를 먹을까도 잠시 고민했지만 추워서 바로 집으로 철수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