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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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책들을 솎아 내다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읽었으나 여전히 이해가 안 되었다. 아니 이해하기 싫다. 사람이 충분히 자살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나은 이유로 자살해야지. 베르테르가 너무 젊은 게 탈인 듯. ‘넘나 젊은 베르테르‘ 로 제목이 수정된다면,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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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문학
조영일 지음 / 비(도서출판b)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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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면 바로 덮으려 했는데 단숨에 다 읽었다. 진단도 적절하지만 진단을 말하는 언어가 정확하고 유머 있다. 욕을 해도 이 정도면 격조있게 한 셈. 밥은 다른 데서 벌고 문학은 '애호가'로서 가만히 즐거움 누리며 사는게 최선 아닐까? 자기 좋은 것 하면서 보상까지 바라면 너무 큰 욕심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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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문학
조영일 지음 / 비(도서출판b)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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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문단(그리고 학계)에서 유통되는 소위 위기론이란 실은 엄살에 지나지 않습니다. 무엇에 대한 엄살이낙 하면 정부나 기업에게 구걸하기 위한 엄살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문학을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산업의 규모는 엄청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인들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은 돈이 도는 곳이 출판시장이 아니라 교육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보다도 그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은 교육시장에 있는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입니다. (32)

나는 작가들의 상상력과 취향이 공장에서 생산된 것처럼 다 비슷하다는 걸 믿을 수 없다. 그리고 한 주머니에 다 담아도 빠져나오는 송곳 하나 없다는 게 기이할 정도이다. 결국 선생님들의 시선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시스템이 반백년 넘게 문단을 지배하고 있다. 바깥에서 보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권위적이고 전근대적이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봐도 나쁜 짓이다. (52)

의미 있는 작업이 대부분 초기저작에 집중되어 있는 우리의 경우를 고려할 때, 매우 낯선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와 비슷한 세대의 우리 비평가들에게로 눈을 돌려보시기 바랍니다. 젊은 날에 이미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고 기회만 되면 가르치려 들며, 또 그것을 통해 대접을 받으려고 할 뿐입니다. 왜 이렇게 다른 것일까요? 이웃나라 비평가는 노년에도 계속해서 대작을 써내는데, 우리의 비평가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62)

최근 박근혜정권의 위안부협상을 박정희시절 한일회담의 반복으로 보는 사람들이 종종 보입니다. 그런데 ‘문학진흥법‘을 ‘문예진흥법‘의 반복으로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문학인들에게 있어 위안부협상이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지만 ‘문학진흥법‘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국문학계가 여느 이해집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73)

그런데 어떻게 이런 주장이 가능한 것일까요? 여기에서는 시적 허용이 필요한데, 드라마도 넓은 의미에서 문학에 속하기에 그것을 쓴 드라마작가도 한국문인이라는 뜻 정도가 될 것입니다. 자존심도 뭐도 없는 무임승차가 아닐 수 없습니다. 드라마대본을 대중문화라고 하여 제대로 된 문학 대접을 한 적도 없는 사람들이 한류로 영향력이 커지자 슬쩍 다가가 알랑거리는 것입니다. 육상계에서 운동의 기본은 달리기니까 한국골프의 발전은 육상 덕분이라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황당한 이야기이지요. (78)

그런데 여기서 분명히 말하지만, 오늘날 한국문학계의 진짜 문제는 작가들의 경제적 곤궁(가난)에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예술가는 밥을 먹고사는 동물이 아니라 이 자존감을 먹고사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즉 그것만 지킬 수 있다면 책이 팔리느냐 팔리지 않는냐는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작가들이 정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돈 몇 푼이 아니라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과 평가입니다. (87)
......
즉 오늘날 문학가들의 문제를 고작 ‘가난과 지원‘이라는 문제로 환원하는 것은 정말이지 문학가들의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짓밟는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즉 문학가들은 결코 국가적 자선의 대상이 아닙니다. (88)

사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문학인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조용히 있는 쪽을 택하는데, 이는 괜히 나섰다간 찍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서 바뀔 것이라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즉 아무리 비판을 받아도 그들과 그들의 문예지는 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문학적 상상력이란 이럴 때에 발휘하라고 있는 것일 텐데, 모두 집에 두고 왔나 봅니다. (124)

이번 성추문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선생과 제자, 문인과 작가 지망생, 문학가와 문학애호가(팬)라는 위계관계에서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즉 그것은 문단 내부가 아닌 문단 바깥에서 이루어진 일로, 적어도 그곳은 문학에 대한 환상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간이었습니다. ...
하지만 문단 내부에서는 그것이 환상이고 허구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 그렇다면 내부에는 없는 환상과 환멸이 외부에는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단순히 해당 문인들이 거짓말쟁이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런 환상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유포시키는 뮨학교육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국의 독자들에게조차 외면을 받고 있는 한국문학이 어떻게든 목숨을 연명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출판계(문단)가 아닌 교육계라 할 수 있는데, 실제로 오늘날 한국의 문인들은 창작자라기보다는 문학교사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즉 문학에 대한 환상을 계속해서 유포하고 확산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최소한의 시민적인 삶을 확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161)

물론 일본도 도서 할인을 둘러싼 논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출판계의 확고한 의지 덕분에 인터넷서점의 무분별한 할인전쟁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중소서점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할인을 하려는 곳이 있으면, 우리의 경우와는 반대로 대형출판사들이 나서서 출고거부라는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합니다. 이는 법의 문제라기보다는 업계윤리의 문제입니다. 일본출판계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를 받는 것도 규모 이전에 이런 윤리와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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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완성 돈 버는 평생 습관 - 저절로 돈이 모이는 초간단 재테크
요코야마 미츠아키 지음, 정세영 옮김 / 걷는나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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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1만 명 이상을 상담하고 재무 상태를 개선하며 현장에서 다각적인 검증을 마친 결과, 심리적 고민이나 흐트러진 생활이 돈 문제로 드러나기 쉽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결국 돈을 모으려면 생활을 먼저 정돈하는 것이 지름길인 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금전적인 문제는 적은 돈 그 자체가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돈 새는 구멍이 많은 ‘생활 방식‘이고, 무엇을 우선시할지 결정하지 못한 ‘가치관‘이다. 이런 생활 방식과 가치관이라면 왜 돈이 모이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가? (81-82)

스트레스는 살아 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느낀다. 적절한 방식으로 발산하고 해소하기만 한다면 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스트레스로부터 도망 다니지만 말고 무뎌지는 방법이나 소화하는 방법을 찾아 한 번 성공하고 나면 스트레스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수많은 상담을 하면서 발견한 것은 돈을 잘 모으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스스로 조절하고 산책이나 달리기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결하는 법을 알고 있는 반면 돈을 못 모으는 사람은 돈을 쓰는 행위 자체를 해소법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88)

돈 문제를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을 상담하다 보면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이 적은 경우가 많았다.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보호해 주는 울타리 같은 존재와 이야기하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의 지출 내역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낭비성 지출에 해당했다.
......
마음이 어지럽고 위태로울 때에는 아무리 독한 의지를 가져도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숫자에만 몰두해서 마음 챙기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돈 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원인은 마음속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뒤로 미루다가는 모든 노력이 모래 위에 세운 누각이 되고 말 것이다.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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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택, 새벽의 몸짓>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SIMA에는 처음 가보았음. 2015년 10월에 오픈했다고 하네. 운전하니 집에서 딱 15분. 엄청 추운 날이어서 그런지 미술관에 사람은 거의 없었음.

 

미술관이 화성행궁 바로 앞에 위치하며 행궁 방향으로 난 1층의 두-세 면 벽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미술관 안에서 내다 바라보는 조망이 훌륭했음. 행궁과 그 앞의 넓은 터, 그리고 그 뒤의 적당한 높이의 산까지 한 눈에 들어옴. 명당일세. 여기가 우리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권용택 작가의 작품은 산이 주를 이룸. 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사람. 특히 겨울 산. 특별히 아름다운 산을 그리기 보다는 거칠고 장대한 산 풍경을 버드아이뷰로 그림--한국에서 감지 가능한 대자연은 이런 것. 추워서 또는 힘들어서 못 가는 조선 겨울산의 정취를 덕분에 느낄 수 있었음.

 

사실 화면을 가로나 사선으로 갈라서 서로 다른 느낌의 두-세 그림을 잘라 붙여둔 듯한 작품이 여럿 있었는데, 나에겐 전혀 울림이 없었음. 새로운 언어를 찾으러 한 것은 알겠는데 그 의도만 알겠을 뿐 메세지가 흐릿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전체 그림의 에너지가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다 본 뒤에 관내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전시 설명서를 보니 겸재나 단원의 화풍을 가져와 '융합'한 것이거나 서로 다른 서사를 연결한 것이라고. 본인만 아는 의미는 남에겐 의미 없는 거고, 예술은 효과로 승부하는 건데... 음.

 

나는 겨울산과 계곡 그림이 제일 좋았고, 그 중에 우리집에 걸어놓을 만한 작품도 한두 개 있었는데, 동행자에게 물어보니 집에 걸만한 그림은 없다고 딱 잘라 말해서 웃었음. 나와 동행자 둘다 마음에 들어했던 작품은 돌그림 시리즈. 돌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산을 그린 것인데, 사람 얼굴만한 그림임에도 바위가 많고 덩치가 큰 한국 산의 느낌을 고스란히 드러냄. 일본이나 중국에서 돌에 그림 그린 것을 본 것도 같은데, 그런 그림보다 덜 치밀하지만 이것이 한국의 자연이라는 느낌이 분명히 전해져옴. 그림이 장식적이지 않고 아주 사실적. 그럼에도 이 돌 자체는 장식으로 쓰기 좋음. 자리도 많이 차지 하지 않고. 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돌그림들을 아주 좋아할 듯.

 

설명서를 읽다보니... 과연, 이 작가는 현재는 평창으로 터를 옮겨서 작업하고 있다고 함. 거기 엄청 추울텐데, 엄혹하지만 깨끗한 대자연이 주는 매력이 있으니. 나도 자연 깊고 깨끗한 어느 곳에 세컨하우스 두고 사는 게 꿈이라오.

 

카페에서 일어서는데 갑자기 지동시장에 가자는 아이디어를 낸 동행인! 보아하니 여기 올 때부터 그곳에 들릴 생각을 했던가 보옴. 지동시장에 들려서 장 좀 본 뒤에--추워도 사람이 없지 않더라--, 순대를 먹을까도 잠시 고민했지만 추워서 바로 집으로 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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