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범인인가 -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배상훈, 범죄사회를 말하다
배상훈 지음 / 앨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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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잔인한 대목들은 많지 않다. 대신 경찰조직이나 피해자 지원 제도 등 범죄 관련한 한국사회의 면면에 대한 공감할 만한 논평들이 주를 이루며, 결국 이 모든 상황이 `민주주의의 위기`로 통합된다. `진짜 범인`은 사라진 공공영역(또는 공동체), 버려진 민주의식, 무너진 국가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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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당한 진실 - 중국 향촌사회의 제도와 관행 중국관행 연구총서 8
전도 지음, 김지환 외 옮김 / 학고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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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자료의 진실은 우리가 기대하는 진실과는 같지 않다. 우리는 몇십년전 우리와 같은 열정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당시의 사회에 대해 학문적 열정과 양심으로 사회조사를 진행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서 직접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열정과 이성을 가지고 기존의 모든 법칙을 버리고 우리에게 속한 진실을 찾아야 한다. 아마도 바깥 세상은 정말 근사할 것이다. (7)

중국은 거듭되는 분열과 통합의 과정 속에서도 중화제국으로서의 질서를 유지하고 회복시켜 왔던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중국인의 일상생활의 근저에 이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일종의 무형적 사회운영시스템인 관행이 작동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법체계로 대표되는 국가권력이 사회 전반에 대한 강제 집행력을 행사하는 유일한 기제가 아니라는 방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사회공동체는 국가권력과 대립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조화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있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
중국의 국가권력은 관행적 질서에 의해 운용되는 다양한 공동체와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조화를 추구하며 상호 의존적 관계를 형성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국가권력은 공동체의 관행을 인정함과 동시에 통제함으로써 공동체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한편으로 이를 국가권력에 종속시킬 수 있었다. 따라서 관행과 개인, 공동체, 국가는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었으며, 관행은 바로 중국 사회의 장기안정성을 확보하는 열쇠였음을 알 수 있다. (9)

두 진씨 어르신은 우리 손을 잡고 새 집 앞에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그들 증조부들이 고소할 그 당시에 오늘의 이 광경을 생각할 수나 있었을지 모르겠다. 다만 기억에 남는 것은 그때 현관의 판결은 이러했다[는 것이다]. 그들 두 형제 집에 가서 잘 살아라. 무슨 일이 있으면 동족 사람들과 상의해라. 두 번 다시 고소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누가 또 와서 고소한다고 떠들면 태형을 내리겠다. 현관이 어떤 법을 적용했는지는 모르지만 보다시피 합리적이다. 당시의 역사와 사회적 환경에서는 적절했다. 진씨의 후손들과 옛 집과 새 집이 마치 당시의 현관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 같다. (83)

"전부 다 없어요. ...... 문화대혁명 ... 전부 다 ...... 우리와 같아요."
서공인은 나를 보지 않고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는 지금은 무산계급이죠. 예전에는 그 집에 옛날 책들이 참 많았어요! 지금은 아무 것도 없어요. 이미 무산계급이 됐어요." 누군지 옆에서 한 마디 끼어 들었다.
"하하하......" 모두가 크게 웃었다. 그 웃음은 놀리는 의미도 있고 신나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 조소하는 의미도 있었으며 이해하지 못해 웃는 것도 있었다. (94)

둘째는 볼 줄 안다. 시선 자체가 우러러보는데 능숙하고 또 내려다보는데도 능숙해서 눈이 매우 민첩하다. 향, 현, 또는 더 위, 더더욱 위쪽에서 온 관리나 관리의 수행원에 대한 그들의 시선은 틀림없이 우러러보는 것이다. 그런 시선은 겸손함과 온순함을 드러내고 있어서 향, 현 또는 더 뒤, 더더욱 위쪽에서 온 사람들은 편안하다고 느끼게 되며 또 이런 시선에서 큰 만족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자기 마을의 촌민 혹은 마을 바깥을 떠돌아다니는 소상인에 대한 그들의 시선은 분명 내려다보는 것이며 위엄 속에서 내려다보이게 된 사람은 온순하게 변하게 된다. (122)

사방이 막혀있는 고립된 농업사회 속에서 사람은 토지를 떠나 살 수 없기 마련이다. 만일 토지를 떠나게 되면 그는 유민으로 전락하게 되며, 토지는 사람이 떠나게 되면 바로 황무지로 변하고 만다. 그리하여 고대사회의 통치자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사람과 토지를 함께 묶는데 힘썼다. 그렇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사람과 토지와의 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했으며, 인구의 증가와 과학기술의 발전, 교통수단의 개량에 따라 사람과 토지 사이에 원심분리 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토지는 떠난 농민은 그 우물을 등지고 어쩔 수 없이 도시로 나아갈 수 밖에 없으며, 그들은 전혀 익숙하지 않은 지역에서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찾아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도시는 이와 같은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듯하다. 우리의 법률도 이러한 준비를 전혀 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247)

"설마 가서 주씨 집안 사람들에게 민법을 읽어주거나 이웃관계에 관해 설명해 줄 작정은 아니시죠? 설마 법원의 집행청이 직접 영근촌에 가서 배제방해...를 집행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가장 좋은 조정방법은 서로의 신뢰에 기반하여 재산분배문서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선조들이 남겨둔 것이며,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입니다. 우리들의 방법은 알고 보면 촌민들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조정하는 것이며, 단지 우리들의 입으로 이러한 사실을 일깨워 주는 데 불과한 것이랍니다." (286)

외부 사람들은 이를 바보 같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향을 피우는 사람들은 향을 피우지 않는 사람들이야말로 향도 못 피울 정도로 더 우매하다고 말한다. ... "만약 이것이 우매하다면, 이러한 우매함은 보편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매함 역시 없어서는 안 된다면 단순히 나쁜 습관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304)

토지개혁, 합작화운동, 인민공사운동, 나아가 이후의 `문화대혁명`은 중국사회에 천지개벽의 변화를 일으켰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여러 인물들의 운명이 엇갈렸다. 농업인구와 토지 사이의 관계 변화는 이 시기에 가장 명확히 드러났다. ... 반세기에 걸친 변혁 속에서 전통적 종법 질서는 쇠락했다. 토지 사유제와 그로 인해 존재했던 사회구조는 소멸했다. 상술한 사회 형태의 문화에도 거대한 변화가 발생했다. 종교, 신앙 그리고 전통 관행은 필연적으로 이러한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그러나 새것과 옛것이 마치 흑백이 서로 뒤섞인 밧줄처럼 한데 엉켜 있다. 더욱이 동오촌과 같은 사회는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믿을 용기가 없다. 그래서 옛것과 새것, 흑과 백, 과거와 미래를 숙명에 맡긴다. (351)

임인복 노인도 여전히 내 마음에 남아있다. 그는 최후의 대서인이다. 노인도 우리를 신뢰하는 것이 느껴졌다. 오늘날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를 갖는 것을 보기는 오랜만이었다.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 그들의 눈에 사람은 모두 평등했고, 우리에게 약간의 돈이라도 요구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를 향해 `임시거주증`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나는 이들의 정으로부터 일종의 자유로움을 보았다. 즉 그들이 직면한 생존의 물질적 조건을 초월하는 해탈을 보았다. ...... 다시 한 번 선량한 농민들의 곁에 있으며 내가 필요로 하는 계약문서와 자료를 가져가면서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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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당한 진실 - 중국 향촌사회의 제도와 관행 중국관행 연구총서 8
전도 지음, 김지환 외 옮김 / 학고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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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중국> 계보 이으며 결론도 비슷. 전통 시기-청말-민국-항일&내전기 다 거치면서도 변함 없던 중국기층사회가 진짜 변한 것은 중화인민공화국 건설 후 20년간. 그래도 농민들은 아직 법 아니라 신뢰에 기반한 합의로 일 해결하며, 이런 그들이 도시로 내몰렸을 때 세상은 가혹하게 다가올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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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하일지 지음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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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유머! 가난, 몽매, 병, 철면피, 도착적 성 다루는 한국소설의 한 흐름 잇는 블랙코미디. 손님의 진실이 언뜻언뜻 비칠 때는 코끝이 찡할 만도 하건만, 상황이 하도 어이없이 돌아가니 그런 뻔한 휴머니즘 감정은 설 자리 없다. 지렁이 먹는 폐환자 허도의 윤리적이고도 심미적인 상상력이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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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리들리 스콧 감독, 맷 데이먼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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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나가던가 아님 하던대로 다 하던가. 이도저도 아닌. 무대가 화성인 것, 도구가 컴퓨터인 것, 맷 데이먼이 모노한 것은 주목한다만, 장르 영역 넓혔는지는 아리송. 예를 들어, 중국팀 등장시킨다고 미국색 지워졌나? 더 짙어졌을 뿐. 라이언은 이제 미군뿐 아니라 지구군이 한 마음으로 지키는 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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