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방법을 전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실용적으로 할 수 있는 음식 조리법과 상차림으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것이 지속 가능한 전승이라는 생각이 나이가 들면서 더 깊어진 탓도 있다. 풍석 선생의 귀한 자료가 옛 이치를 깨달아 새로운 것을 이루어나가는 길잡이로 쓰이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것, 마음먹으면 쉽지는 않더라도 해볼 수 있는 것부터 권하고 싶다.
요즘 인터넷이나 생협에서 밤 가루, 도토리 가루, 녹두 가루, 마 가루, 생강 가루를 다 구할 수 있다. 물론 옛날 방식대로 손수 가루 내어 볕에 말린 것과는 부드러움과 맛, 색, 향에서 차이가 나지만 매연 가득한 창가에서 어느 세월에 가루를 말리고 있겠는가
풍석 선생의 녹두다식 만들기가 수월하지 않게 느껴진다면, 간단하게 녹두 가루에 오미자 발효액을 넣어서 다식판에 박아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어렵다고 아예 손 놓아버리지 말고 내 식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면 요리가 훨씬 즐거워질 것이다. (160)